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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88031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2-09-05
책 소개
목차
국자전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럼 요리 좀 가르쳐줘요. 일단 이 미역국.”
“인터넷 찾아봐.”
“아니, 엄마. 그렇게 해결될 문제였으면……” 미지는 열다섯 살 때 어버이날 기념으로 끓였던 김치찌개를 떠올렸다. 인터넷에 나온 조리법대로 만들었으나 국물은 김치를 헹군 물처럼 밍밍했고 푹 끓인 김치도 왠지 뻣뻣해서 가위로도 쉽게 자를 수 없었다. 아버지는 시작이 반이라며 칭찬해놓고는 정작 국그릇의 반도 채 비우지 못했다. 국자는 아예 입도 대지 않았다.
“엄마는 어떻게 하는데요?”
“물 끓으면 미역 넣고 푹 끓여.”
“정말 쉽다. 된장찌개는 된장 넣고 끓이고 파전은 반죽에 파 넣고 부치면 되겠네.”
영웅은 국가에서 고르는 도구였다. 기능력직 공무원으로 뽑힌들 시시콜콜 반발하거나 친정부적이지 않으면 도구로 적합하지 않았다. 국가는 위험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국자는 텔레비전에 영웅이라며 몇몇 기능력직 공무원들이 나올 때마다 채널을 돌렸다. 그들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의심 하나 없이 환한 그들의 미소가 불편했다. 국자는 반장의 확신이 깨지지 않길 바랐다. 확신은 소망에서 비롯하고, 소망은 아무리 강력해도 언제든 허상처럼 흩어질 수 있었다. 그러니 어떤 확신도 근거가 부족한 믿음에 불과했다. 그리고 확신은 무력해지는 순간 모든 걸 망쳐버렸다.
“너는 여기 수감된 사람 중 착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 것 같니?”
“음.” 소년은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면서 헤아렸다. 아직 성한 손가락이 열 개나 남아 있었다. “열 명이요?”
“그렇다면 누가 착한 사람만 내보내주고, 나머지는 다 나쁘니 여기서 죽어야 한다고 말하면 어떻겠니, 그건 옳을까?”
도마 신부가 소년을 바라보았다.
“모르겠어요.”
“어떤 게?”
“열 명보다 많을지도 몰라요.” 소년이 웅얼거리듯 대답했다. “그러니까 어쩌면…… 열 명의 갑절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