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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90263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22-11-2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1부
파랑도(波浪島) / 교과서 나라 / 두드리면 열린다는 문, 또는 기다리면 온다는 고기 / 손톱 발톱 머리카락 털 / 풍화를 위하여 / 아침의 선택 / 우기의 놀이터 / 계근장 부근 / 태풍 / 후진금지 / 감물 / 연필의 노래 / 수난하는 안경 / 사냥꾼 / 연체동물 / 여주인공 / 풀 매듭 / 풍장 / 기억 / 개처럼 만나는
2부
순환선 / 푸른 비상구 / 지하철 신천역에서 / 겨울산기(山記) / 저 돌들 모두 젖으면 / 산상(山上)의 벗 / 탈옥기 / 너에게 갇힌 가을 / 우중공원 / 객석의 너 / 너에게 / 네가 태어나지 않았으므로 / 너 없는 날 / 날씨 속의 너 / 새벽에 서울을 떠나다 / 나의 달시계 / 사과 깎기
3부
씨앗을 묻으며 / 서곡 / 겨냥 / 겨울 활천리(活川里)에서 / 오월의 숲 / 마장동의 코스모스 / 연(鳶), 내가 피울 목이 긴 연꽃 / 가을 구도(構圖) / 묶인 밤안개꽃에게 / 학사주점외사 / 다시 바다로 / 흔들리지 않는 나무의 이름 / 마른 엉겅퀴 잎새에 내리는 비 / 초가을 산행 / 도하의 서 / 젖은 나무의 노래 / 천기 / 비가 / 처음 꽃을 보는 아이처럼 / 걸어가는 사람의 느티나무 / 편지를 챙기며
4부
증인 / 고별 / 해거름의 허사 / 춤, 누항을 떠나기 위한 / 누항을 떠나며 1 / 누항을 떠나며 2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옥은 아니지만 이 별의 삶은
내가 여행하는 별들 가운데 비교적 피곤한 편
이 별은 한번 저지른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독특한 원리를 끝없이 강조하는 학교
이를테면 그것이 이 거대한 학교의
치사하고 아니꼽고 더럽고 유치한 교과
교실의 흑판에는 이렇게 씌어 있지
주의! 한번 가면 절대로 돌아올 수 없음
후진금지, 그래서 이 별에서는
불쌍한 사람들이 안타까이 뒤를 돌아보며
살아간다, 눈물로 바다를 이루며
그 물살에 스스로 가슴을 다치며
죽어간다, 그러나 다행스러워라, 이 별을
일주하는 사람들은 단 한 번 죽을 기회가 있다네
―「후진금지」 전문
잠시 내린 비는 결코 돌 속 깊이 적시지 못하고
한때의 슬픔도 삶의 내막을 다 적시지는 못하네
그러나 어느 때 멎지 않는 비 내려
저 돌들 보이지 않는 속까지 모두 젖으면
그래, 두 손으로 닦지 못할 슬픔이 밀려오면 세상에
생긴 후 처음 젖어보는 마음의 종이도 있겠지
눈물의 바다에 표정 없는 아이는 채 젖지 않은 한 장
마음의 종이로 배를 접어 띄우고 마를 날 없는
더러운 항구를 아주 떠날지도 몰라 우는 비에
웃으며 등돌리며, 설령 맑은 날이 다시 온다 해도
보이지 않은 돌의 속은 오래도록 마르지 않고
사람들은 겉만 마른 돌을 보며 자신의 젖지 않은
마음을, 없는 사랑을 한참은 뒤적여 찾아볼까
─「저 돌들 모두 젖으면」 전문
내 슬픔을 웃음거리로 삼아
내가 힘들게 지은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바라보려고 구경하려고만 하는 사람아
─「객석의 너」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