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나라

파란 … 7
아나스 … 33
이쌈 … 54
야신 … 76
지연 … 90
나나 … 104
이모나 … 132
나임 … 151
바크 … 175

작가의 말 … 197

바크는 자신이 파란에게 어떤 희망의 말을 한다면 그 말이 잘린 카드가 될 것임을 알았다. 아니, 절망에 빠진 파란은 이미 카드를 삼킨 얼굴이었다. 파란은 수화기를 들지 않은 손으로 짧게 깎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가 쓸어내렸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는 듯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세상에 나의 가족은 나야.”
바크도, 나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가족은 나 하나뿐이야.”

그곳에 다녀오는 날이면, 어쩌면 그다음날까지도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간판들이 다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고 내가 이 땅에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에 황송해졌다. 같은 언어로 말하고 생각하는 사람들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당신들에게는 당신들의 시간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