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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2079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2010년 4월 이달의 소설) 이장욱 「곡란」
이달의 소설
2010년
3월 정용준 「가나」
5월 최제훈 「괴물을 위한 변명」
6월 김유진 「희미한 빛」
7월 이유 「커트」
8월 김성중 「게발선인장」
9월 황정은 「甕器傳」
10월 이홍 「나의 메인스타디움」
11월 정소현 「실수하는 인간」
12월 최은미 「눈을 감고 기다리렴」
2011년
1월 김선재 「독서의 취향」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런데 주인공이 죽음에 가까이 가면서 고희성은 약간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죽음에게는 죽음만이 관심이 있는 게 아닐까. 죽음은 삶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는 건 아닐까. 죽음은 죽음 자체를 밀고 나가는 힘으로만 충만한 것은 아닐까. 이상하게도 이 의문은 고희성의 머리에 접착제처럼 달라붙어 떠나지 않았다. 고희성은 중얼거렸다. 죽음에게만 관심이 있는 죽음이라니. 죽음으로만 충만한 죽음이라니. 그렇다면 죽음에 대해 쓴다는 건 허망한 일이 아닌가. 삶으로 회귀하지 않는 죽음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고희성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집요하게 달라붙는 생각에 시달리다가 텅 빈 방에서 비명을 지르곤 했다. 어느 날 밤에는 소설 속의 노인이 꿈에 나타나 고희성의 목에 노끈을 감기까지 했다. 여든이 넘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완력이었다. 고희성은 목이 졸려 컥컥대다가 퍼뜩 깨어났다. 이부자리를 걷고 일어나 거울을 보면, 정말 노끈 자국이 희미하게 보이는 듯했다. 고희성은 제 목을 어루만지면서 컴퓨터를 켰지만 단 한 글자도 써내려갈 수 없었다. 고희성은 결정적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_이장욱,「곡란」
하비바, 나는 당신이 좋아했던 노래가 되었다. 나는 지금 당신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있다. 나는 바람보다 가벼워졌다. 나는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는다. 국경을 넘어 마을로 향한다. 가나가 만지고 있을 초원의 풀 위로, 새 떼가 뒤덮는 하늘 위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당신의 머리 위로, 그리고 당신의 말라버린 성대 속으로.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좋겠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_정용준,「가나」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빅터 형은 생명을 창조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늘어놓으면서 그 동기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얼버무렸어요. 이상하지 않던가요? 구체적인 설명도 없고 그럴듯한 이상이나 야망도 안 보이고. 단지 ‘행복하고 뛰어난 수많은 생명체들이 나로 인해 탄생하게 될 것이다’라는 두루뭉술한 선언이 전부였죠. 뭐였을까요? 빅터 형은 막연히 신이 되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에요. 형님은 말이죠, 신을 거부하고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고자 했던 겁니다.” _최제훈, 「괴물을 위한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