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93462
· 쪽수 : 364쪽
책 소개
목차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
단편소설
회복하는 인간
파란 돌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새벽에 들은 노래
심장이라는 사물
마크 로스코와 나─2월의 죽음
해부극장 2
산문
종이 피아노
저녁 여섯시, 검고 긴 바늘
아버지가 지금, 책상 앞에 앉아 계신다
기억의 바깥
아름다운 것에 대하여─최인호 선생님 영전에
여름의 소년들에게
백 년 동안의 기도─미래 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출간 후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때에는 그녀에게 말言이 있었으므로, 감정들은 더 분명하고 강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몸속에는 말이 없다.
단어와 문장들은 마치 혼령처럼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보이고 들릴 만큼만 가깝게 따라다닌다.
그 거리 덕분에, 충분히 강하지 않은 감정들은 마치 접착력이 약한 테이프 조각들처럼 이내 떨어져나간다.
그녀는 다만 바라본다. 바라보면서, 바라보는 어떤 것도 언어로 번역하지 않는다.
눈에는 계속해서 다른 사물들의 상象이 맺히고, 그녀가 걷는 속력에 따라 움직이며 지워진다. 지워지면서, 어떤 말로도 끝내 번역되지 않는다.
_『희랍어 시간』
이해할 수 없어.
네가 죽었는데, 모든 것이 나에게서 떨어져나갔다고 느낀다.
단지 네가 죽었는데,
내가 가진 모든 기억이 피를 흘린다고, 급격하게 얼룩지고 있다고, 녹슬어가고 있다고, 부스러져가고 있다고 느낀다.
_『희랍어 시간』
우리가 가진 가장 약하고 연하고 쓸쓸한 것, 바로 우리의 생명을 언젠가 물질의 세계에 반납할 때, 어떤 대가도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언젠가 그 순간이 나에게 찾아올 때, 내가 이끌고 온 모든 경험의 기억을 나는 결코 아름다웠다고만은 기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그렇게 남루한 맥락에서 나는 플라톤을 이해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라고.
그 역시 아름다운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라고.
완전한 것은 영원히 없다는 사실을. 적어도 이 세상에는.
_『희랍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