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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97224
· 쪽수 : 332쪽
책 소개
목차
회귀 9
섭동 43
놀이 65
광기어린 야만의 세상에서 75
늙은 음유시인의 사랑 이야기 99
길 148
길을 벗어나면 벌레가 된다 154
틈입자 179
결핍 192
말에서 미끄러지기 218
밥 232
이끼 243
아토피 세상 262
비밀 작법 278
환원의 시간 기행 308
작가의 말 325
저자소개
책속에서
“모든 것은 자기 몸의 크기나 부피나 무게만큼 사랑을 하고 선행을 해야 하는 건가요?”
“그렇다” 하고 늙은 백양나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하기이고 선행하기인가요?”
“자기보다 더 몸이 약한 것과 가난하고 외로운 것들을 품어주고 돌보아주는 것, 그들을 위로해주고 그들과 더불어 화평하게 사는 것이 사랑하기이고 선행하기인 거야. 세상을 살아가는 것들은 다 그렇게 사랑과 선행을, 배고픈 것들이 밥을 먹어대는 것처럼 해야만 하는 거란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거나, 망상일지도 모르는 시상을 모아 시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데 시이기도 하고 에세이이기도 하고 소설이기도 한, 자기만의 특이한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우주 운행이 멈추어버린 듯 갑갑하고 답답해진다. 이제는 짧은 호흡의 들숨과 날숨으로, 지나온 삶의 굽이굽이에 떨어져 있는 반짝거리는 보석들을 이삭 줍듯 주워 담는 글쓰기와 사유를 즐기고 있었다. 시인의 이삭줍기 사업은, 화엄華嚴 같은 삶의 장엄莊嚴이었다. 늙은 시인이 수집한 까치노을 같은 이삭은 누군가의 결핍으로 허기진 영혼을 구제해줄지도 모른다.
천강에 비치는 달이란 무엇인가. 바다의 성게는 달이 백자 항아리처럼 둥그렇게 되어야 속에 알이 찬다. 달이 둥그렇게 뜨면 그것을 보는, 그 지역 어둠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몸엔 슬픔이나 기쁨이나 분노나 환희의 정서적인 충일이 일어난다.
고통이라는 검은 어둠을 내 입맛대로 비틀어 짜면 하얀빛이 방울방울 떨어지는데 그 빛은 새가 되어 창공으로 날아간다.
그것이 시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