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54697934
· 쪽수 : 412쪽
책 소개
목차
1부 파울 또는 비이성의 발견
2부 존 또는 이성의 광기 어린 꿈
1장 논리의 한계
2장 공포의 위태로운 균형
3장 기계 안의 유령들
3부 세돌 또는 인공지능의 망상
감사의 글
리뷰
책속에서
파울은 넬리가 말한 피타고라스학파의 현자와 자신이 묘하게 이어져 있다는 확신을 품게 되었고, 그때부터 사방에서 부조화와 격동을 목격하기 시작했다. 우주를 다스리는 합리적인 질서나 자연법칙, 반복적인 패턴을 더는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혼란투성이에 부조리로 오염되고 그 이면에서 유의미한 지성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과도하게 증식하는 거대한 세상뿐이었다. (...) 그뿐만 아니라, 다들 혁명적이라고 떠들어대지만 그의 눈에는 물리학의 산업화에 불과한 생각들로 넘쳐나는 동료들의 논문과 강의에서 비이성의 존재를 더더욱 선명하게 식별했다. 파울은 아인슈타인에게 편지를 보내 낭패감을 토로하며 어찌된 영문인지 이성을 정반대 것으로 혼동해버린 어둡고 무의식적인 힘이 과학 세계관 속으로 기어들고 있다고 한탄했다.
폰 노이만의 박사논문은 장차 그가 연구에 일관되게 적용할 스타일을 일찌감치 보여주었다. 주제에 와락 덤벼들어 가장 기본적인 공리만 남도록 발가벗긴 다음, 자신이 분석하는 것이 무엇이든 순수 논리의 문제로 바꿔버리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었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볼 줄 아는 초현실적인 능력, 거꾸로 말하자면 오직 기본만을 보는 특유의 근시안은, 그가 가진 천재성의 비결인 동시에 흡사 어린애 같은 도덕적 무지의 이유였다.
그는 작은 악마였지만 닥쳐오는 광기를 보고 늦지 않게 독일에서 탈출한 사람들에게는 천사였다. 내가 가르칠 때 그가 아직 어린 소년이었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커서는 딴판이 되었으니까. 물론 그는 수학계의 거물이었으나 신은 알고 계실 것이다. 그가 얼마나 어리석고 또 위험한지를! 모순덩어리. 동시에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총명하지만 유치하고, 통찰력이 넘치지만 놀랄 만큼 얄팍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