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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99051
· 쪽수 : 460쪽
· 출판일 : 2022-11-0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09
에필로그 365
에필로그의 에필로그 440
발문 | 정지돈(소설가)
발로 쓴 소설 44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는 그 작은 강에 다시 가게 된다면, 그리고 여전히 그 작은 강에 그 수달들이 혹은 그 수달들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사람들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물에 떠 누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에 들어와 같이 떠 누워 있자는 듯 발짓이나 고갯짓을 한다면, 물에 들어가 수달들과 함께 물에 떠 누워 가만히 손과 발들을 가슴에 모은 채로, 서로 딱히 할 얘기는 없을 테니 아무 말 말고 이따금 서로를 쳐다보며 웃으면 좋을 거라고 했다.
나는 새 소설이 무엇에 관한 이야기가 될지는 알지 못했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이 없는, 계속해서 이야기가 옆으로 새는 소설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는데, 내게 문학은 그것을 통해, 그 자체가 별것 아니기도 하지만, 생각 속에서나마 약간의 정신적 자유를 수행하는 것 정도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니었고, 말하자면, 가급적 생각들을 붙들지 않고 놓아줘 계속해서 옆으로 새게 하는 것은 약간의 정신적 자유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칭으로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티라미수에서 출발했지만 티라미수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는 뭔가를, 마침내는 티라미수에서 상당히 멀어진, 어쩐지 방종에 빠진 티라미수 같은 뭔가를, 더 나아가 마침내는 케이크이기는 하지만 더이상 티라미수로는 볼 수 없는, 어쩐지 완전히 타락한 티라미수 같은, 티라미수도 아닌 뭔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케이크의 모양과 본성도 잃어 케이크라고 볼 수도 없는, 어쩐지 타락의 끝에서도 더 나아가 또다른 끝이 보이지 않는 타락의 끝 가까운 곳에 이른 것 같은 뭔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그것이 뭔지도 알 수 없는, 타락의 측면에서는 어떻게도 말할 수 없는 뭔가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점점 더 타락해가고 있다고는 느끼지 않았지만 점점 더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