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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4699235
· 쪽수 : 356쪽
· 출판일 : 2023-08-11
책 소개
목차
못 먹는 남자 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가 보는 죽음들은 대상만큼 다양했다. 그리고 그 어떤 죽음도 잔혹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교통사고로 깨진 머리에서 흐르는 뇌수, 살인을 당하면서 튀어나온 살점들, 죽고 싶지 않다며 마지막까지 치는 몸부림, 뚫린 목구멍에서 나오는 쇳소리와 바람 소리,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과 그 사이로 흐르는 눈물, 고장 난 기계처럼 덜컥거리며 빠진 목뼈와 기이하게 늘어진 혀, 다리 사이로 흐르는 오물들. 죽은 사람을 보는 것과 죽는 사람을 보는 것은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말도 안 돼.”
고개를 저으며 말했지만 그건 사실 제영의 바람에 가까웠다. 그는 이미 진실을 일부 알고 있었다. 사장은 죽어야 했지만 죽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다른 사람이 죽음을 맞는 것을 보았다.
대신사. 다른 사람이 대신 죽으면 죽음의 운명을 피할 수 있다.
세 번째 법칙이었다.
하얗게 질린 제영을 아이는, 아니, 남자는 이죽거리는 시선으로 보았다.
“너도 보이는구나?”
그동안 죽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것만 먹어왔다. 먹는다고 해서 매번 그것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보이는’ 공포가 그렇게 만들었다. 제대로 먹는 것이 얼마 만인지 몰랐다. 제영의 배를 그득하게 채운 것은 감격이었다.
솔지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제영이 먹는 것을 보고 있었다. 제영의 기세에 압도된 것 같았다. 한입 가득 음식을 넣은 채 우물거리며 제영이 말했다.
“안 먹어요?”
돌아온 것은 엉뚱한 대답이었다.
“이렇게 죽을 둥 살 둥 먹는 사람은 처음 봐요.”
제영은 그녀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죽을 둥 살 둥. 틀린 말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