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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55476545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9-10-30
책 소개
목차
p.6 어둠 속 이별
p.14 채석장 마을
p.26 냉장 창고
p.37 밤의 사람들
p.52 이오와 이칠
p.68 그레텔의 오두막
p.78 행시 : 걸어다니는 시체
p.86 산장의 주인
p.99 깨진 약속
p.108 시체들의 집
p.119 어떤 죽음
p.130 혼자 남겨지다
p.143 빛을 찾아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린이는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할머니가 컨테이너를 나간 뒤에도 한참이나 그대로 누워 있었다. 냄새, 소리, 풍경 모든 게 낯설고 조금 슬펐다. 여기가 집이 아니라는 사실이, 엄마 아빠가 곁에 없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파리채를 들고 다니는 할머니나 소독약 냄새를 풍기는 아저씨랑 친해지려면 못해도 100년쯤은 필요할 것 같았다.
할머니는 마을의 동쪽으로 뻗어 있는 박물관 앞길을 가리켰다. 가로등도 없고 여틈한 달빛만 겨우겨우 내려앉은 길이었다. 어디선가 중저음의 합창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길에 사람들이 등장했다. 수십 명은 돼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잠에 취한 것처럼 비척거리고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것이었다.
“저 사람들 누구예요?”
그린이는 오싹한 느낌에 뒷걸음쳤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린이를 다시 옥상 난간 앞으로 끌어다 놓았다.
“누구긴 누구겠어. 이 동네 사람들이지.”
낮고 음산한 울림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사람들이…… 이상해요.”
“그래,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다. 우린 저들을 행시라 부른다. 걸어 다니는 시체라는 뜻이지.”
그제야 그린이는 이 동네가 이토록 침울해 보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빈집이 유독 많은 마을이어서가 아니었다. 그 집들 곳곳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도 전염병에 감염된 거야? 할머니 말로는 산사태가 난 뒤 전염병이 돌았다던데.”
“아니. 우리는 병에 걸린 적 없어. 우린…… 주사를 맞았어.”
“주사?”
“응. 행시들을 치료할 약을 찾으려고 마을 사람들한테 실험하는 거래. 나는 다리에 맞았고 시유랑 은아는 팔뚝에 맞았어. 우리 앞집 아줌마는 어깨에 맞았고. 건이 형은 주사 안 맞으려고 달아나다가 죽었고.”
대장이 생각났는지 돌틈이는 다시 훌쩍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