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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5611373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008 만족을 알다_양철 쌀통
012 조림의 시간_조림 접시
016 채소를 꽃꽂이하다_그릇 꽃병
022 살림의 문진_소금 단지
026 나의 큰 자랑거리_노란 고무줄 걸이
029 물욕 많은 사람의_천성 베트남 국자
034 부엌의 소리_절구
040 투박한 녀석이지만_무쇠 꽃병
044 쇼핑 귀신_벽걸이 등잔
049 길들이기 시간_무쇠 주전자
056 이런 나, 안 되나요_리넨
060 불쾌한 느낌_알루미늄 채반
065 그날, 교정에서_은행나무 도마
067 푸른 하늘에 한 자루의_일본의 대나무 주방용품
070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_요리용 젓가락
074 보테보테차의 유혹_차센
079 베이징 대수색망_저울 접시
090 토스카나의 산, 시칠리아의 바다_올리브 오일 병
096 마룻바닥이 주저앉아도_아시아의 질그릇 1
102 이곳 최고의 스프_아시아의 질그릇 2
105 다시, 사랑_대나무 찜통
111 생캉탱의 도가니_‘르크루제’ 냄비
116 맛있는 밥을 위해서라면_돌솥 1
121 델리의 색채_향신료 상자
126 모레의 김치_김치 보존용기
130 전주의 보배_돌솥 2
134 돌고 돌아 만난 길의 끝에서_치즈 강판
138 손님을 고르는 냄비_질냄비
142 파리의 벽에 난 구멍_만두틀
147 산호 젓가락받침의 경우_젓가락받침
151 사람 손에서 태어난 꽃_베트남의 그릇
156 한 술의 묵직함_숟가락
159 나의 밥공기_네고로누리 그릇
164 주방 도구니까요_가타쿠치
173 딸에게 주는 선물_변형의 그릇
177 식탁 위의 각성제_검은색 접시
181 다이어트의 무기_아이 밥공기
184 한 방울의 기포_프레스글라스 컵
188 에도의 모던 디자인_장국 그릇
192 아침의 인생수업_자몽 나이프
197 천재 파티시에_잎사귀 그릇
201 바람을 호흡하는 천_보자기
205 직구 승부의 꽃_숯 침봉
209 삼가고 있습니다_베트남 모기향로
213 차를 마시며 취하다_타원 접시
217 나눔은 즐겁다_나무 도시락
221 고등어초밥과 버터_나무 버터 케이스
226 줍는 신 있으리니_빈 치즈 케이스
230 차, 마시게_이즈모의 찐빵 찜기
235 밤에 쓰는 편지는_편지지와 편지봉투
239 나를 행복하게 하는_백자
248 죽느냐 사느냐_수선
253 접시는 대강 두는 것이_접시 받침대
256 미학은 제쳐 두고_마메자라 상자
260 햇병아리 차통_양철 차통
264 장미 이야기_대나무 꼬치
268 추운 겨울날은_손화로
272 앞으로 이틀 남은 생명_작고 네모난 백자
275 혼자 있고 싶을 때는_양초
278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게, 이 양철 쌀통은 우리 아이가 태어날 즈음 들인 주방용품 중 하나다. 쌀통을 들인다는 것이야말로 내 살림의 토대를 완성하고야 말겠다는 절박한 바람과 각오의 반영이 아닐까. 20대 중반, 물렁하고 못 미더운 살림 솜씨였어도 ‘우리 집 쌀통’이 생기고 나니, 급한 대로 살림 한구석에 믿음직스러운 닻을 내린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양철이 좋았다. 그 이유도 확실히 기억한다. 가볍고 녹슬지 않으며 튼튼하다. 붙임성이나 애교 따위 전혀 없다. 모든 군더더기를 깎아 낸 심플한 통이라는 점이 좋았다.
[만족을 알다_양철 쌀통]
이론은 이해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완전히 마른 줄 알았는데 아주 약간의 수분만 남아도 녹이 슬기 시작했다. 만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참고 있으면, 녹이 점점 퍼져서 기껏 만들어 놓은 하얀 막까지 무정하게 잠식해 갔다. 이를 갈면서 지켜보지만, 적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에잇, 될 대로 되라지. 분노에 차 수세미로 쓱쓱 밀어 녹을 퇴치하고 결국 ‘길들이기 시간’은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이 난관을 헤쳐 나가기를 꼬박 세 번. 땀과 눈물의 한 달을 보냈을 무렵, 드디어 안쪽이 하얀 물때로 뒤덮였고, 내 무쇠 주전자는 녹이라고는 모르는 강한 아이로 성장했다. 무쇠 주전자와 고락을 함께한 그 새벽의 물맛은 둥글둥글 보들보들한 것이 흡사 감로와도 같았다.
[길들이기 시간_무쇠 주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