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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심리치료
· ISBN : 9788955825114
· 쪽수 : 320쪽
책 소개
책속에서
구름 잡듯 아득하기만 한 정서장애아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마법의 열쇠를 찾아내고 싶다는 소망은 늘 제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만, 그런 열쇠란 건 존재하지 않으며 아무리 사랑을 쏟아 부어도 절망감밖에 안겨주지 않는 아이가 있게 마련이라고 체념하고 싶은 순간도 허다했습니다. 하지만 인간 영혼에 대한 믿음은 모든 합리적 추론을 넘어서고 인간이 지닌 허약한 이성의 울타리를 뛰어넘는가 봅니다.
이 책에는 한 아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동정을 받으려고 이 책을 쓴 건 아닙니다. 교사로서 칭찬을 들으려고 쓴 것도 아닙니다…… 저는 마음의 병을 앓는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좌절감을 느끼지 않느냐고 묻던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인간의 영혼에 바치는 노래입니다. 이 어린 소녀는 제가 아는 모든 아이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 모두처럼, 그 소녀도 살아남았습니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다른 사람들은 정상이 아닌 아이들이 세상을 감내하기에 힘든, 연약한 자아를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들이 짓밟히고 애처로운 자아를 가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연약한 건 절대 아니다. 모진 시련을 겪고 나서도 그 아이들이 여태껏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지닌 내적인 힘을 웅변해준다.
마침내 그 순간이 왔다. 몇 달 동안 이제나저제나 하고 숨죽여 기다려온 그 순간이 드디어눈앞의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아이는 놀랍게도 진짜 눈물을 쏟았고, 나는 잠시 할 말을 잊은 채 그 아이를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이를 꼬옥 끌어안았다. 아이는 내 옷을 움켜잡았다. 살갗을 파고드는 아이의 손가락에서 둔중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 애는 하염없이 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이를 안은 채 흔들어주는 게 전부였다. 좁은 방안에서 내 팔과 가슴은 아이의 눈물과 뜨거운 숨결로 촉촉이 젖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