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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3154397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25-05-02
책 소개
목차
머리말 - 나선 계단에 서서
어둠의 시간
환속한 수녀 / 혁명 속의 옥스퍼드 / 비틀스가 누구야? /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정원 / 불감증, 느끼지 못하는 마음 / 신은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계단의 악마
산산이 부서진 거울 / 텅 빈 두려움 / 거식증, 소멸의 욕망 / 최우등 졸업
상처 입은 짐승
새로운 안식처 / 자폐증과의 만남 / 나 좀 도와주세요 / 나도 학자가 될 수 있을까 / 나는 신과 갈라섰다
공포의 절규
자살 기도 / 내 영혼은 앞으로 나아간다 / 남루한 현실도 아름답다 / 버릴 수 있는 용기 / 마지막 결별
절망 속의 엑스터시
대학 강단에서 / 잃어버린 박사학위 / 간질이라는 선물 / 더는 잃을 게 없다
나를 향한 용기
평범하게 살기 싫다 / 글쓰기가 나를 치유할 수 있을까? / 좁은 문으로 / 낯선 세계의 유혹
발견과 공감
우상 파괴 임무 / 최초의 기독교인 / 성지의 망아 체험 / 타자의 발견 / 그들의 고통이 나를 깨웠다
빛을 향해 한 걸음
신의 역사를 찾아서 / 외롭고 위험한 도전 / 나를 버리고 나를 만나다 / 침묵은 나의 스승 / 이해하려면 나를 던져라 / 다시 좁은 계단을 오르며
책속에서
나는 신을 찾고 싶었다. 수녀원에 들어가던 날 나는 더없이 가슴이 설레었고 의욕에 넘쳤다. 나는 영혼을 탐구하는 모험에 나선 서사시의 주인공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춘기의 혼란에서 벗어나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더없는 만족감을 주는 무한한 신비의 품에 안기기라고 믿었다. 그렇게 되면 신은 어렴풋하고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나의 삶에서 살아 숨쉬는 현실이 되리라 믿었다. 사방에서 신을 볼 것이라고 믿었다.
정신적 고통을 숨기기 위해 나는 강인하고 지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어느 정도 방패막이가 되어준 것 같다. 나는 연체동물처럼 물렁물렁하고 너무나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꺼운 껍질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말을 가지고 그런 껍질을 만들어내는 요령을 터득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우울하고 딱한 인간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말과 재치로 사방에다 바리케이드를 쌓아올렸기 때문에 아무도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몰랐다.
그날 밤 일을 가만히 곱씹어보니 내가 매달렸던 것은 죽음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내가 삼킨 수면제도 치사량은 아니었다. 그 수면제는 웬만큼 먹어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나는 그것까지 다 감안했을 것이다. 내가 튀는 행동을 한 것은 결국 도와 달라는 호소였다. 그날 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얼마나 절박한 상태에 있는가를 똑똑히 알리고 싶었다.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얼마나 무서움에 떨고 있는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도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