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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374017
· 쪽수 : 384쪽
책 소개
목차
1장 와해되는 태원성 지휘부
2장 섬서지원군, 궤멸하다
3장 피에 젖은 쌍탑사
4장 태원성 접수
5장 산서 무림을 정리하다
6장 호관구를 돌파하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일을 하다 보면 그런 경우가 있다. 싸워야 하는 적보다 뒤에서 지원하는 같은 편이 더 무서운 경우 말이다. 정치적인 놈들이 나불거리는 입이 무섭다. 그들에게 유일한 기준은 자신의 승진과 생존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를 불러오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그래서 전투에 나갈 때는 그 나불거리는 놈들의 입을 먼저 막아두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 조건을 걸고 단호하게 선을 그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 정치적인 놈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협박과 폭력이기 때문이다. ‘뒤에서 애먼 소리 하는 것이 들리면 일보다 너부터 조져놓을 거다’라는 식의 협박이 꼭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잘 진행되는 일도 흠을 잡아 헐뜯거나 일의 결과를 평가절하하는 일에 주력한다. 일 끝나고 돌아와 분위기가 이상할 때는 다른 것을 쳐다볼 필요가 없다. 그런 놈들의 입을 바라보면 된다. 그들의 내부 전투 능력은 막강하다. 이리 붙고 저리 붙어 이렇게 나불대고 저렇게 나불대면서 사태를 왜곡하고 일의 가치를 높이고 낮추는 일에 능하다. 불행히도 주원장은 그런 자들을 쳐내지 못하고 그것을 이용했다. 지금 저 아래에서 어정쩡하게 구는 뚱땡이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처지일 것이다. 죽지만 않는다면 그는 전진해야 했다.
“나는……”
정성진이 말을 끊었다가 계속했다.
“손에 너무…… 피를 많이 묻혔어.”
“피를 너무 많이 묻힌 사람은 우화등선할 수 없는 것입니까?”
“그러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지 않겠니? 아마 조선 역사에서 가장 많은 피를 본 사람이 내가 아닐까!”
“저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정진이 똑같은 조건에서도 자신은 등선을 꿈꾸고 산으로 들어가 구도하는 것을 꿈꾼다는 것을 말하려 했다.
“너희는 사부가 내려가라 하고 내가 도와달라 하니 어쩔 수 없이 내려왔지만, 나는 아니야. 나는 내 의지로 그렇게 하고자 했던 잘못이 있어. 너희와는 다르지. 날이 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피 냄새가 짙어질수록 내가 바라는 그 꿈은 점점 더 멀어져. 한없이 멀어져. 아마 다시는 그곳에 가지 못할 것 같아. 아마…….”
정성진의 말에서 눈물이 묻어난다. 깨끗한 얼굴이지만 눈물보다 더한 것이 묻어났다. 한탄과 희망과 자신의 인생을 저주하는 듯한 단어는 옆에 선 사람도 견뎌내기 힘들었다.
나한진이 변했다. 처음에는 그저 둘러싼 원진에 불과했는데 원진을 구성하는 인원들이 또 다른 작은 원을 구성하면서 풍차처럼 돌았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자가 가진 무기를 쳐내면서 정성진에게 접근했다. 원이 돌면서 그 첨각에 있는 인원이 정성진을 공격하고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그 뒤를 따라 도는 녀석이 다시 정성진을 공격하니, 작은 원 하나가 차륜전을 만들었다. 그런 원이 아홉 개에서 열두 개로 늘어났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동시에 몇 개의 무기가 정성진을 공격하는데, 그것이 다시 다른 이의 무기들로 이어지는 형식이었다. 각 공격이 실패한다 하더라도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상대가 뒤따라오는 이의 다른 공격으로 인해 공격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