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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374192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소년과 도인
제2장 소년, 만행을 시작하다
제3장 남해에서 만난 사람들
제4장 바보 대장장이와 앉은뱅이 승려
제5장 전라도 만행
제6장 송도 만행
저자소개
책속에서
“세상을 바꾸는 것이 쉽겠니?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나를 바꾸는 것이 더 쉽겠니?”
소년은 문득 말문이 막혔다. 어떤 것이고 쉽지 않아 보였다. 어쩌면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을 바꾸는 것이 더 쉬운 길이라는 것을 설득하려는 말처럼 들렸다.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질문의 형식과 태도는 매우 자상했지만 그 내용은 칼 하나 들어갈 틈도 없었다. 미래에 결론이 날 것이라는 말로 지금의 칼날 같은 질문을 피했지만, 노인은 다시 물었다.
“나중에는 알 수 있을 것 같으니?”
“지금 생각으로는 나를 더 높은 경지로 바꾸어야만 세상을 바꾸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바꾸어 세상을 바꾸겠습니다.”
“무인武人이구나!”
“아가!”
“예, 사부님.”
“세상을 바꾸고 싶다 그랬지?”
“예.”
“그것은 지금 너의 힘으로도 충분하다. 너를 위태롭게 할 사람은 조선 천지에 몇 안 될 것이다. 순수하게 무력만으로는 말이다. 너는 열심히 했고 또 재주도 따라주었다.”
“한 사람의 무력으로는 열 사람의 그것을 당하지 못합니다.”
“그렇겠지. 세간에서 말하는 그런 차이가 없는 무력으로는 그렇겠지.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그것을 뛰어넘는 공부다. 더 하겠느냐? 세상으로 나가겠느냐?”
스승이 아침부터 요구한 것은 그것이었다. 결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꺾고, 끼우고, 돌리고, 잡아맨 다음에 돌렸다. 다시 꺾고, 틈으로 끼운 다음에 돌리고 잡아매는데, 이번에는 두 번이다. 그녀가 움직이는 손목의 움직임이 마치 검법의 그것을 닮았다.
기가 막힌 아낙의 손놀림을 보면서 소년의 손이 아낙의 손길을 따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목 안에서 움직이는 실을 꿰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를 움직이며 팔을 들어 올렸다. 때리고, 치고, 꺾고, 돌리면서 검형을 연습하듯이 하고 있었다. 그것은 검법을 닮아 있었다. 훗날 정성진이 적진을 파고들어가 박투하듯이 검을 휘저으며 헤집는 검법이 거기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