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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374208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군문에 들기로 결심하다
제2장 소년, 한양으로
제3장 위험한 무예
제4장 무과 급제, 그리고 흑막
제5장 대마도 원정길에 오르다
제6장 대마도주를 찾아라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끝에 가서 행여 만나지 않겠습니까? 무엇을 하든 그 길의 끝에 도가 있지 않습니까?”
정성진의 물음은 간곡했다.
“장주의 진리眞理가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는 매우 어렵다. 니가 도를 구하기를 원한다. 그것도 보람되고 아름다운 일이지. 한 사람의 깨달은 이가 세상을 밝히는 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일이다. 한 명의 적을 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야.”
“세상이 도탄에 빠져 있습니다. 거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단지 하나, 그 도탄의 원흉 중 하나인 왜적과 오랑캐는 이 무력으로 제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무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길이란다. 아가야! 나는 네가 구도의 길로 가기를 원한다.”
이런 일을 하려고 무예를 배웠나 싶었다. 공연히 심화가 치밀었다. 빠르게 걸어 바로 남산으로 돌아와버렸다. 사람들이 정성진을 찾았지만 훈련원 어디에서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채의서에게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도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었다. 보이고, 화답하고, 물어보고, 해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진귀한 구경거리에 불과했다.
나쁜 뜻이 없는 것은 안다. 그렇게 대우받는 것이 싫은 것이다. 문무文武의 차이를 느낀 최초의 일이었다. 무는 문의 구경거리에 불과한 현실을 보았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도 될 일이었지만 아직은 어렸다. ‘나에게 검무를 시킬 거면 너는 시를 지어봐라’라는 식의 생각은 문무를 동일한 선상 위에 놓고 보았을 때 나오는 것이다. 최소한 현재의 나를 지금과 다른 어떤 것으로 변화시킨다는 의미에서 같은 학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동일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훈련원에 모였던 백관 중 일부가 동요했다. 어떤 이는 호풍환우呼風喚雨라 평했다. 어떤 이는 위험한 무예라고 했다. 그리고 그 느낌,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을 마치 적을 대하는 것처럼 벌벌 떨면서 이곳저곳에 전했다. 종친부의 일부 사람과 병부의 인물들은 정성진의 무예를 심각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준이 정성진을 노려보았다. 정성진의 눈이 웃고 있었다. 입만 소리 없이 달싹였다. 전음으로 이준을 협박했다.
‘나라님을 바꿔보자 했다고 떠들어볼까! 개 주인아!’
이준의 시선이 땅에 떨어졌다. 전음이다. 다른 이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이준이 뒤를 돌아보았다. 전음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 어찌할 수 없는 무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것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면 본인도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상황도 불리했다.
“부상자 수습해서 돌아간다. 문제 삼지 않겠다.”
정성진이 어슬렁거리면서 뒤따라 걸어갔다. 한 명이 십여 명을 쫓아내는, 아니 쫓아가는 형국이었다.
‘나는 문제 삼겠소! 그대의 흑심黑心, 그것은 역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