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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374239
· 쪽수 : 416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비무행
제2장 강호의 고수들
제3장 강남의 무림세가
제4장 전운 깃든 연회
제5장 소흥 전투
제6장 황도 남경으로
제7장 귀환, 그리고 사직
저자소개
책속에서
칼과 방패, 막상막하莫上莫下! 용호상박龍虎相搏! 건곤일척乾坤一擲!
정성진이 방식을 바꾸니 승부를 가늠할 길이 없었다. 정성진은 빠른 미리보로 간격을 유지하면서 검의 각을 수십 차례 바꾸어 노인의 전신 요혈을 쉴 새 없이 공격했고, 노인은 검을 막아가면서 쉬지 않고 정성진의 몸통을 노릴 기회를 찾았다. 어쩌다 비켜 부딪친 장과 검은 ‘까강’ 하는 기음 寄音을 토해냈다. 그때마다 정성진의 몸이 휘청거렸다. 부딪칠 때 전해 오는 경력의 뒤틀림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정면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옆으로 비켜낼 수는 있었다.
“관부의 개로 막 살고 있는 내가 세상을 구분도 못하는 어설픈 눈으로 공자를 겁박하고 있는 것이겠구려?”
“시是! 이해했으면 다행이오. 알고도 계속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은 의지가 박약한 탓이겠고요.”
“신세를 졌고, 잡아 오라는 요청을 받았다. 죽여도 좋다 했다. 누군지도 모르고 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다고 그러는 것은 자신의 부모라 해도 그리하겠습니까?”
“공자가 부모는 아니지 않은가!”
“죄가 없다는 뜻이오. 그대의 부모가 죄가 없듯이…….”
형산 사람이 정성진의 말에서 현기玄氣를 느꼈다. 도망자 하나 잡아 바치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난제가 앞을 가로막았다. 바른말을 하면서 자신들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었다.
무인을 보면 그 기교를 보고 싶다. 당연한 일이다. 정성진이 차로 목을 축이고 고민하는 기색이더니 짧게 끊었다.
“어떻게 설명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부께서 말씀하시기를 천하에 너를 위태롭게 할 사람이 몇 없을 것이라 했습니다. 이것으로 설명이 되겠는지요?”
완곡하게 표현하지만 그 광오한 표현이 무엇을 뜻하는지 선생들이 알아들었다. 고수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천하에 위태롭게 할 사람이 없다니……. 선생들의 얼굴에 놀람의 빛이 떠오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천하에 몇 없다는 것은 고수와 극강을 넘어 그 위에 있다는 말이다. 설마……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각 문파의 최고수조차 그 말을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