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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찬미

사의 찬미

손승휘 (지은이)
  |  
책이있는마을
2013-01-09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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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찬미

책 정보

· 제목 : 사의 찬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391984
· 쪽수 : 292쪽

책 소개

윤심덕, 김우진의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랩소디. 손승휘의 연애소설. 2012년에 이탈리아에 나타난 한 장의 음반으로 인해, 주인공 기훈은 나타샤라는 동양계 이탈리아 소녀를 만나고 먼 옛날의 연인들의 이야기와 마주하게 된다.

목차

1. 나타샤 ·6
2. 벚꽃놀이·14
3. 여행·22
4. 청춘들·32
5. 할머니의 집·42
6. 현해탄·54
7. 할머니의 상자·62
8. 순회공연·72
9. 타인·88
10. 초대·98
11. 후미코·108
12. 슬픔의 바다·112
13. 떠돌이·132
14. 편지·142
15. 축제·152
16. 이별·164
17. 이국에서·170
18. 윤리다·180
19. 배우·192
20. 재회·200
21. 리허설·220
22 연극·234
23. 항해·242
24. 절정·252
25. 소멸·280
26 선물·288
27. 시작·

저자소개

손승휘 (지은이)    정보 더보기
시골에서 길냥이들과 살기 시작하면서 내가 마치 고양이 장례사라도 된 것처럼 길냥이들을 많이 떠나보내고 있다. 굶고 다치고 추위를 못 이겨 떠나는 아이들과 씨름하는 중에 느닷없이 재개발이 시작되었다. 오로지 보상금으로 모든 걸 정리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시름겨운 와중에 올해도 겨울은 어김없이 왔다. 첫눈은 행운이라는데 아이들에게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지은 책으로 《첫눈보다 네가 먼저 왔으면 좋겠다》 《바우네 가족 이야기》 《푸른 늑대의 다섯 번째 겨울》 《아나키스트 박열》 《해동육룡이 나라샤》 《한련화》 《사의 찬미》 《배반의 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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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세차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괜한 설움에 또 눈물이 났다. 울지 말아야지. 나도 아픈데. 나도 아파 죽겠는데. 그 남자 때문에 내가 울어야 하는 게 너무 서글프다. 그러니까 울지 말자. 밥 먹을래. 난 이런 여자 아냐. 밥 실컷 먹고 씩씩하게 공부도 하고 사교도 해야지. 난 이런 여자 절대 아냐. 세상이 다 알아. 윤심덕이 어떤 여자인지.


벽난로 안에서는 당신의 원고들이 훨훨 타오르고 있었지요. 당신의 두 눈은 불빛에 반짝이고, 당신의 굳게 다문 입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하게 닫혀져 있었지만, 나는 그때 알 수 있었어요. 당신은 당신의 영혼을 야금야금 불사르고 있었다는 것을. 그토록 쓰고 싶어 하던 당신의 글이고, 그토록 인생을 다 팽개칠 만큼 소중한 당신의 꿈이라는 것을.
그렇지요? 당신이 불에 던져 넣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당신의 영혼이었지요?
아. 그리고 알아버렸답니다. 원고를 집어넣고 있는 당신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제 우리의 사랑도 저물어간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이 세상 모든 일처럼 사랑도 때가 되면 이렇게 끝이 난다는 걸. 하지만, 난 당신과의 사랑을 끝낼 마음은 없었어요. 다만, 당신에게 다시 영혼이 불어넣어지기를 바랐지요. 사랑은 함께 머물러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당신 때문에 이미 오래 전에 알아버린 걸요. 전 그랬어요. 아. 지금도 당신을 생각하면서 이렇게 당신에게 언젠가는 당신이 읽을 편지를 써두는 순간에도 전 행복해요.


"난 당신처럼 가난을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어려서부터 갖은 꾀를 다 동원해서 내가 가난해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원하는 건 뭐든 손에 넣으려고 발버둥 쳤죠. 남들 앞에서 분칠을 하고 난 멋진 인생을 산다고 허세를 부렸어요."
심덕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쿡쿡 웃었다.
"사실은 구멍 난 스타킹 하나 새로 살 돈도 없는 주제에 음악회 특석에 앉아서 바이올린 이야기나 하면서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은 달라."
"뭐가 다를까요?"
"당신은 나보다 유명한 사람이야."
"내 가면을 구경하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그냥 구경하는 게 아니죠. 발톱을 갈면서 할퀼 준비를 하고 구경하는 거죠. 언제고 내가 나락으로 떨어져 내릴 때가 되면 할퀴고 물어뜯으려고 호시탐탐……"
"당신……"
우진은 심덕의 손을 잡았다. 심덕이 담배를 피우면서 우진을 바라보았다. 우진이 다른 한손을 심덕의 뺨에 가져다 댔다.
"아프구나."
우진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병이 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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