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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393391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1-01-12
책 소개
목차
1. 런치 카페입니다만
2. 이사하는 날
3. 비 맞은 고양이
4. 협상의 기술
5. 떠돌이 친구
6. 조폭 고양이
7. 고양이는 어색해
8. 첫눈은 행운이래
9. 날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적
10. 모든 사랑은 슬프다
11. 식구가 된다는 건
12. 메리 크리스마스
13. 겨울 카페가 그리워요
14. 선택
15. 누구나 기억으로 산다
리뷰
책속에서
화가 풀리면 데리러 오실 거야
‘현이… 지금쯤 뭐 하고 있을까?’
‘숙제.’
‘왜 하필 현이가 제일 싫어하는 걸 생각해?’
‘그때가 제일 안타까웠어. 도와주고 싶었거든.’
‘고양이 손….’
‘….’
‘현이 보고 싶다.’
앵초와 패랭이는 자기들을 두고 간 식구들을 원망하지 않았어. 그저 보고 싶어 했을 뿐이야. 그 시절에 내가 잘 몰랐던 사실을 하나 말해줄게. 사랑하는 시간에는 헤어져 있는 시간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도 포함된다는 사실이야.
난 기다릴 거야
‘기다리면 올 거야.’
호야는 그렇게 믿었지.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잊지 않고 와줄 거라고 믿었어. 그래서 그날 밤, 다들 잠이 든 틈을 타서 슬그머니 카페를 빠져나왔지. 우식과 앵초와 패랭이가 떠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을 작정으로 말이야.
공터로 가서 밤을 새우고 아침에 카페를 떠나는 우식과 앵초와 패랭이를 바라보았지. 이른 아침에 자기를 찾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식구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숨어서 나타나지 않았어.
그리고 멀어져가는 식구들의 모습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지. 함께 갈 수 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경민을 기다리는 거니까. 경민이 오기 전에 이 자리를 떠나는 건 상상도 해본 적 없으니까.
첫눈이 내리던 날이었어
모두에게 첫눈이 똑같이 행운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누군가에게는 행운의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불행한 하루일 수도 있는 거니까. 어느 날은 너에게, 어느 날은 나에게 슬픈 날일 수도 있는 거지.
첫눈이 내리던 일요일은 으아리에게 그런 날이었어. 지붕 위에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이던 아침부터 할머니는 내내 주무셨어. 아니, 어쩌면 어젯밤부터였는지도 몰라. 할머니는 줄곧 잠에서 깨어나시지 못했어.
첫눈이 내리고 있었어. 으아리는 할머니를 싣고 가는 차가 멀어져가자 지붕 위로 올라갔지. 지붕 위에서 멀어져가는 하얀 차를 바라보았어. 다시 할머니를 싣고 돌아올 때까지 지붕에서 할머니를 기다릴 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