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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56441306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5-03-27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역자 서문】
이 책은 파야르(Fayard) 출판사가 1966년에 발간한 Simone Weil, Attente de Dieu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아주 오래 전, 프랑스어를 전혀 몰랐을 때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의 영문판 Waiting for God(translated by Emma Craufurd, Perennial Classics)을 발견하고 들춰 보았을 때부터(제대로 읽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하여 번역자로서의 소회만 간단히 남긴다. 시몬 베유의 저작 두 권을 번역해서 출간하기로 이제이북스와 약속한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약속한 지 얼마 안 되어 다른 출판사에서 《신을 기다리며》 번역본이 나왔다. 그래서 이 책은 일단 덮어 두고 다른 주저(主著) 《뿌리내림(L’Enracinement)》을 먼저 작업했다. 전업 번역가로서 많은 책을 작업해 보았고 그중에는 이보다 더 어려운 책도 많았지만, 시몬 베유처럼 내 기를 빨아들이는 것 같은 저자는 아무도 없었다. 작업은 딱할 정도로 더뎠다. 미룰 수 있는 한 미뤘고, 외면할 수 있는 한 외면했다.
무던하고 인내심 많은 편집부가 독촉에 나선 후에야 나는 다시 이 책을 본격적으로 붙들었다. 일단 가장 최근에 나온 우리말 번역본을 전혀 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을 했고 교정 단계에서 그 번역본을 구입해 참조했다. 그 번역본도 충분히 성실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했으나 일단 구성상의 차이가 있었고, 몇 군데 달리 번역하고 싶은 부분이 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또 하나의 판본을 내놓는 데 아주 의의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구성상의 차이란, 이 책이 1966년판에 실린 글 전부, 다시 말해 J. -M. 페랭 신부의 서문과 부록(시몬 베유의 편지 가운데 개인적 이유로 전문을 게재할 수 없는 발췌문 세 편)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반면에 다른 출판사 번역본은 1950년판(La Colombe)을 번역 대본으로 삼았다. 그 판본에는 J. -M. 페랭 신부가 서문을 좀 더 길게 썼고 시몬 베유의 글 하나하나에 자기가 머리글을 다는 식으로 깊이 개입했다. 어쨌든 이제 독자들이 두 판본을 비교하면서 시몬 베유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서문과 부록을 제외하면, 시몬 베유의 글 자체는 두 판본이 동일하다. 이미 좋은 번역본이 나와 있었기 때문에 부족한 초고를 다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던 부분도 있었고, 나라면 이렇게 고치고 싶다 하는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완성된 책에는 내가 그 번역본을 참조해서 수정한 부분은 드러나지 않고 기존 번역을 수정한 부분만 드러날 테니, 나중에 나온 번역은 먼저 나온 번역보다 한없이 유리하다. 그러나 기존 번역본이 내게는 늘 너그러운 조력자처럼 보였고, 그래서 감사한 마음뿐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또한 역자의 더디고 미진한 작업과 앓는 소리를 감내해 준 편집부에도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