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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1535174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5-05-12
책 소개
목차
제자리라는 문제
도마뱀 놀이, 볕드는 자리에서 빈둥대기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고”
탈주하기
한자리에 머물지 못하는 사람들
뿌리내리기
줄어드는 삶
공간의 시련
왕국 없는 여왕
제 목소리 찾기
불손한 사람들
침입의 논리
자리의 곤경
“진정한 장소”라는 것
욕망의 불협화음
표류와 흘러넘침
이중생활
내 안에 자리 만들기
안의 공간
내 몸에 깃들어 살기
바로 여기
일곱 가족 게임
가지를 잘라내기
의자 놀이
누락된 자리
자리를 발명하기
유령들
실향민들
잘못된 장소에 있다는 것
어쩌다 있게 된 곳
철새들
소리의 원
자리 옮김을 사유하기
무엇을 위한 자리인가?
책의 여백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정착민과 유목민을 나누는 것은 가짜 양자택일이다. 왜냐하면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나 하나의 여정이며, 머묾도 그 여정을 구성하는 정서·사회·지리·정치적 기착지일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결코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래 위를 걷는 존재다. … 우리는 사이의 존재여서 언제나 두 세계 사이, 두 시간성 사이, 자기 자신이 되는 두 가지 방식 사이에 있는지도 모른다.
나만의 자리를 꿈꾼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기만의 장소, 적응할 수 있는 질서, 확고한 자리들이 있는 안전한 현실을 꿈꾼다는 것일까? 우리는 친숙함의 양면성을 안다. 그것은 차이의 결핍, 반복, 변화 없는 정체성으로 우리를 메마르고 빈곤한 존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명확하게 대립되는 두 가지 도식이 존재한다. 하나는 정체성의 초석이자 기반이라 여겨지는 현실·상징적 장소들로 여기서 자신을 하나의 계보, 뿌리 속에 있다고 여기며, 좌표를 잡고 안심시켜 주는 소유물을 지닌다고 여긴다. 반대로 앙리 미쇼가 그랬던 것처럼, 짐도 집착도 없는 가벼운 여행자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실존 안에서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적절한 지적처럼 “바깥에 갇힐” 위험성도 있다. 때때로 “감옥은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는 것은 우발성과 차이가 끼어들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는 의미다. 핀으로 고정시켜 놓은 세계에서는 놀랍거나 예기치 못한 일을 위한 자리가 없다. 촘촘하게 짜인 세계를 상상한다는 것은, 그 어떤 것도 그 누구도 분류 불가능하지 않으며 진실로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어떤 목록에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유일무이한 것은 세상에 없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은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소름 끼치는” 일이다. … 목록에 기입된다는 것은 우리가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