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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6606736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3-03-06
책 소개
목차
1장 2004년 9월 이라크 니네베 주 알 타파르
2장 2003년 12월 뉴저지 주 포트 딕스
3장 2005년 3월 독일 라인란트팔츠 주 카이저슬라우테른
4장 2004년 9월 이라크 니네베 주 알 타파르
5장 2005년 3월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
6장 2004년 9월 이라크 니네베 주 알 타파르
7장 2005년 8월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
8장 2004년 10월 이라크 니네베 주 알 타파르
9장 2005년 11월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
10장 2004년 10월 이라크 니네베 주 알 타파르
11장 2009년 4월 켄터키 주 포트녹스
리뷰
책속에서
“그거 알아, 바트?”
“뭐?”
“내가 식당에서 걔 앞줄에 끼어들어서 새치기를 했어.”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구?”
“죽은 애.”
“아, 괜찮아. 그런 것 갖고 속 태우지 마.”
“내가 머저리 같아.”
“괜찮아.”
“씨발, 미칠 것 같아.”
머프는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손바닥 언저리로 계속 눈을 문질러댔다.
“내가 아니라서 정말 기뻤어. 나 정말 미쳤지?”
“안 그래. 미친 게 뭔지 알아? 그런 뭣 같은 생각도 안 하는 거야.”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내가 총을 맞지 않아 기뻤고, 지켜보는 우리 모두 앞에서 그렇게 죽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슬프지만,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저 친구가 죽고 내가 죽지 않아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헬기가 착륙하자 헬기 기장과 의무병들이 선실의 금속 바닥에서 군인 한 명을 끌고 나왔고, 스타카토 박자로 돌아가는 날개 아래서 그는 무언극 배우처럼 울부짖었다. 그의 피가 바닥에서 그들의 팔로, 그리고 들것 위로 길을 내며 따라갔고, 그의 왼쪽 다리는 더 이상 다리가 아니라 가위로 자른 바지 아래에 놓인 진흙 색깔의 옥수수 반죽처럼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의무병 아가씨는 양손으로 그 다리에 지혈대를 대고 누르며 들것 옆에 자리를 잡았고, 그들은 임시 병원을 향해 달려갔다. 장갑을 낀 한 손이 그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이 그의 얼굴을, 그의 머리카락을, 그의 입술과 눈을 쓸었고, 그들이 천막 안으로 사라지면서 헬기 역시 이륙해서 지평선을 향해 점차 사라졌다.
회전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도시 위로 점차 희미해지면서 좁은 병원 텐트 안에서 비명을 지르는 군인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언덕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이 멈춰 섰다. 머프와 나는 움직이지도 말을 하지도 않았다. 모여든 사람들은 군인의 비명이 점점 약해지다 사그라지는 걸 가만히 듣고 있었다. 우리는 그저 목이 쉰 것이길, 지치거나 마취가 된 것이길, 이제 시원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그의 성대가 고통의 음악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길 바랐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란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나는 머프를 바라보았고, 머프가 이곳에 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물론 의무병 아가씨가 아름답긴 했지만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다른 무엇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녀가 접시에서 비누 덩어리를 꺼내, 기둥에 볼트로 박아 넣은 임시 싱크대에서 손을 씻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후 햇살에 부드러운 목선이 드러났고 그녀는 빛 속에서 투명했다. 구름이 드문드문 흘러갔고 그녀는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프가 알 수 없는 여러 날 이곳에 온 이유가 그녀의 미모가 아닌 바로 이 때문이라고 난 생각했다. 그 장소, 언덕 꼭대기의 작은 텐트들, 그녀가 있는 그 작은 공간. 그곳이 우리가 아는 상냥함과 친절함의 마지막 서식지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흙바닥에 앉아 조용히 흐느끼는 그녀를 지켜보는 게 이해가 되었다.
“본질적인 걸 말해주세요. 격렬한 교전을 치를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궁금하거든요.”라고 했을 때 우리 대부분은 그를 무시했고 몇 명은 꺼지라고 쏘아붙였지만 머프는 설명해주려 했다. 머프는 이렇게 말했다.
“마치 자동차 사고 같아요. 사고가 일어날 거라는 걸 알고 실제로 다른 차에 부딪히기까지의 그 찰나. 정말 무력한 기분이요. 언제나처럼 차를 몰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다른 차가 나타나고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느낌이요.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느낌이요. 죽음이나 어떤 것이 오고 있거나 오지 않는 기분이요. 그런 기분이에요.” 머프는 말을 이었다. “차 사고가 나기 직전의 찰나 같은 기분이지만, 여기서는 며칠간이고 그런 기분이 이어질 수도 있죠.” 머프는 잠시 말을 멈췄다. “우리랑 같이 나가서 전방에 서보시죠? 분명 알게 될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