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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6656786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06-30
책 소개
목차
측백나무 숲길을 걷다/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절벽
절벽
그대 사랑에 1
그대 사랑에 2
거대한 정신
산방산
한라산 정상으로 오르는 나무들
서귀포에 와서
직립
만국기처럼
억겁의 시간이 흘러갔다
백록담 설화
폭풍 속의 나무
의자
성산포 일출봉에서
제2부 겨울 아침에
겨울 아침에
한라산을 바라보다
주상절리대
측백나무 숲길을 걷다
트렁크가 있는 풍경
수국이 있는 풍경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봄길
저녁 무렵
푸른 메꽃
수국잎을 바라보며
숲속의 길
바다를 낚는 사람
푸른 섬
제3부 한가로운 풍경에 깃든 이야기
한가로운 풍경에 깃든 이야기
일몰의 풍경
선인장 가시처럼
고도를 바라보며
허공의 길 같은
길
커다란 우주
바람부는 날
잠에서 깨어나
영감이 있는 밤
유리창
제주 사람들은 모두 해가 되었다
영실봉의 붉은 새
날지 못하는 새
제4부 갈매기의 꿈
갈매기의 말
제주의 세한
용두암
하루방 내외
제주 사람을 닮은 바위
동백꽃
담장 위의 개
제주 해녀
날고 싶은 자전거
하늘에서
푸른 설원
바다가 보이는 마을
둥근 돌들이 읽는 명심보감
물허벅
저자소개
책속에서
산방산
드넓은 바다 끝에 솟아오른
견고한 마음 하나
온 몸에 철갑을 두른
우리나라 맨 남쪽을 지키는 장수 같다
‘오름’을 넘어 ‘산’이 된
몇 안 되는 제주의 수문장
어떤 해적들도 범하지 못한다
바다가 간지럼을 줘도
태풍이 바다를 뒤집어 놓아도
침묵으로 바다를 응시한다
누군가는 하늘을 받히는 기둥이라 하고
누군가는 마고할미의 발이라고 하는데,
억겁의 세월을 층층마다 켜켜이 쌓아
신이 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언젠가 산방산이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한라산 정상으로 오르는 나무들
한라산 오르는
폭설이 내린 길을 가다가
하얗게 언 나무들이 뭐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본래 산 아래에서 살다가
정상이 궁금하고 그리워
오르는 길 어디께서 내려다본
제주섬이 하도나 아름다워
정상에 오르는 즐거움을 잠시 잊고
온 몸이 꽁꽁 얼어도 좋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한라산 중턱을 지나 정상 부근 어디께에서
한 오백 년 눈을 맞고 있는 것이란다
봄이 오기 전, 꽁꽁 언 눈 속에서
세상의 모든 길이 닫힌 풍경이 되어
가슴 속으로 새하얀 길을 여는
한라산 겨울나무들
이제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서귀포에 와서
누가 죽란매국을 사군자라 했나
제주에 와서 겨울 들판을 지나면
그 말이 허언임을 알겠다
잎새 떨구고 겨울잠에 들어선 나무들의 꿈을
눈 속에서 노란 등불 환하게 켜고
온몸이 왕창 휘어진 채로
겨울 추위를 녹이고 밝히는 저 환한 이정표
중문이나 안덕 그쯤을 지나다가
눈에 갇혀 어둠 속을 방황하는
나에게, 등불이 되어보라고
가지 하나를 들어
뜨거운 귤 하나 손에 쥐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