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2554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2-08-1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찬혁의 자살미수와 허탈한 미소
위자료는 필요 없어요
판문점으로 불려진 주막
세영을 병원에 업고 온 찬혁
형님은 존경받을 강자야
결혼으로 채울 수 없는 비극적인 욕망
너를 죽이고 싶어!
주홍글씨를 가슴에 단 여인
꼭 이렇게 살아야 돼요?
당신은 유치한 여자가 될 수 없는 여자요
당신이 나를 죽여줄 수만 있다면
부여 품에 안긴 찬혁과 세영
너희 둘은 천생연분
위대한 내 왼팔이여!
나한테 진짜 할 일이 생겼어
절대온도와 절대사랑
비극미는 배우는 게 아니라 깨닫는 것
유령의 집을 찾아서
형은 너무 큰 걸 노렸어
실컷 즐겨본 고향 사투리
너희들도 원죄를 지고 있다
유령과의 행복한 부부싸움
저승에서 내려온 유령
해설 비극적 욕망의 로망스 - 방민호
작가의 말 태어나서 미안한 존재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지만 (……) 자살 동기는 다른 데에 있었다. 세영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직접적인 동기였다. 고향을 떠난 후 26년 동안 한 번도 연락을 못한 채 지내왔지만 찬혁은 늘 세영의 체취에 젖어 살아온 셈이었다. 그의 시간은 세영을 홀로 두고 고향을 떠나던 날 새벽에 머물러 있었고, 그의 마음은 떠나지 말라며 품속으로 파고들던 세영의 몸부림에 갇혀 있었다
“또 그 얘기를 하시는 거요? 지겹지도 않으세요? 그게 무슨 자랑예요? 언제나 약자는 당하며 살게 마련인데.”
찬혁이 언성을 높였다.
“우리가 약해서 당한 게 아니라 착해서 당했니라.”
“착한 것도 약한 거라고요. 못난 거죠.”
(……)
뒤따라 나온 찬혁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역정을 낸 것이 미안한 모양이었다. 비록 어색한 미소일망정 세영은 찬혁의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 셈이었다. 그 웃음에 대고 세영이 소리쳤다.
“착한 건 약한 게 아녜요!”
매서운 겨울철이나 무더운 여름철을 가리지 않고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고란초에서 인고의 미가 느껴졌다. 응달진 암벽에서 질긴 삶을 지탱하는 그 양치식물에서 백제 패망이라고 하는 쓰디쓴 한이 엿보였던 것이다. 난간을 내려온 찬혁이 말했다.
“단독체(單獨體)로 번식이 가능한 그 외롭고도 돌올한 품격이 내게 큰 충격을 주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