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불면의 백작 부인을 위하여

1부
잊을 수 없는 순간들
한밤중의 전화
아, 가을 그리고 열매
어느 불면의 백작부인을 위하여
낮은 것들을 위하여
솔방울
나의 언덕
투병기

2부
아파트의 심심한 아이들
바다에서의 성사
실을 풀며
말을 위하여
단편들
꽃의 비망록
동물원 이야기

3부
죽음들
기계들

4부
이름
시를 열던 시절
아버지와 엘리엇이 있는 습작 시절
기억은 어떻게 시가 되는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말을 버려야 한다. 하나의 말이 뒤집어지는 모든 순간으로부터 떠나야 한다. 하나의 말이 어이없이 죽는 순간도, 그리고 또다시 뜻없이 태어나는 것도.
모든 용기 잇는 말로부터도, 아름다운 수사로부터도, 나의 귀를 멀리하여야 한다. 나는 다만 마지막 한마디를 위하여 나의 전 말들의 씨를 나의 심장 안에 품어 두어야 한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일생에 걸쳐 그것을 천천히 부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태어날 때가 마지막 순간이 되도록.
말이란 단 한마디만 중요한 것이다.

- 본문 120~121쪽, '말을 위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