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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7075623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1-05-03
책 소개
목차
제1권 : 그해 겨울의 까마귀
● 1936년 9월 상순 어느 날 경성
● 1920년 10월 중순 어느 날 만주 간도
● 2009년 늦가을 어느 날 일본 도쿄
● 나는 거기서 앵무가 노한 것을 보았느니라
● 나의 육신은 그런 고향에는 있지 않았다
●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 두통은 영원히 비켜서는 수가 없다
● 날개 축 처진 나비는 입김에 어리는 가난한 이슬을 먹는다
● 아내는 낙타를 닮아서 편지를 삼킨 채로 죽어가나 보다
● 나는 홀로 규방에 병신을 기른다
● 파란 정맥을 절단하니 새빨간 동맥이었다
● 사람은 광선보다도 빠르게 달아나라
● 이런 춘풍태탕한 속에서 어쩌다가
● 한 무더기 비둘기의 떼가 깃에 묻은 때를 씻는다
● 세상의 하고많은 여인이 본질적으로 이미 미망인이 아닌 이가 있으리까?
● 허위고발이라는 죄명이 나에게 사형을 언도하였다
● 죄를 내버리고 싶다 죄를 내던지고 싶다
● 우아한 여적이 내 뒤를 밟는다고 상상하라
● 여자는 만월을 잘게 씹어서 향연을 베푼다
● 혹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 내가 지각한 내 꿈에서 나는 극형을 선고받았다
● 사람의 숙명적 발광은 곤봉을 내미는 것이어라
● 나는 그것들을 조금씩 먹어보곤 깜작 놀랐다
● 춤추어라 깔깔 웃어버려라
● 나는 그냥 문고리에 쇠사슬 늘어지듯 매달렸다
● 여기는 어느 나라의 데드마스크다
● 한 마리의 뱀은 한 마리의 뱀의 꼬리와 같다
● 도서관에서 온 소환장을 이제 난 읽지 못한다
● 도회의 인심은 대체 얼마나 박하고 말려고 이러나?
제2권 : 박제를 넘어 영원으로 날다
● 군함이 구두짝처럼 벗어 던져져 있었다
● 성 베드로 군이 나에게 세 번씩이나 알지 못한다고 그런다
● 거울은 페이지의 그냥 표지
● 보이지 않는 묘혈 속에서 나는 들어앉는다
● 이것이 내가 참살당한 현장의 광경이었다
● 방대한 벽은 속으로 곪아서 벽지가 가렵다
● 사람들은 그 소녀를 내 처라고 해서 비난하였다
● 자조하는 표정 위에 독한 잉크가 끼얹힌다
● 그때 누가 내 경로를 디디는 이가 있다
● 나는 오들오들 떨면서 도처에서 들킨다
● 신발을 벗어버린 발이 허천에서 실족한다
● 비껴 서는 악취에 허망과 복수를 느낀다
● 비누가 통과하는 혈관의 비눗내를 투시하는 사람
● 키가 크고 유쾌한 수목이 키 작은 자식을 낳았다
● 어디에도 행복은 없다
● 내 가벼운 무장에서 피가 좀 난다
● 검거된 사나이는 지도의 인쇄된 분뇨를 배설하고
● 나는 매일 허위를 담은 전보를 발신한다
● 까마귀는 흡사 공작과 같이 비상하여
● 산 사람의 골편을 보신 일 있수?
● 백골까지 내게 혈청의 원가상환을 강청하고 있다
● 이 도시는 몹시도 가솔린 내가 나는구나
● 그런데 Y 자는 죽었다. 정말 그 편지가 배달되자 죽었다
● 사태는 그 절정에서 폭발하였다
● 자, 운명에 순종하는 수밖에! 굿바이
● 나를 조금씩 조금씩 죽이려던 것일까?
● 1937년 4월 초순 동경 대학 병원, 이상의 병실
● 1937년 6월 하순 망우리 공동묘지
● 다시 2009년 늦가을 어느 날 일본 도쿄
● 남은 이야기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새장에서 까마귀는 울지 못하오.”
그가 내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의미를 담고 던진 말이었다. 암호처럼 던져진 말을 나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한참 만에야 나는 그 말이 유치장에 갇혀 살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항의하는 뜻인 것을 알았다. 봄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차가운 날씨였다. 더구나 벽돌로 둘러쳐진 유치장에서라면 추위는 더욱 잔혹하게 살갗을 파고들 것이다. 나는 침구를 한 벌 더 넣어주겠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취조문에 기록된 것으로 볼 때 그의 신원은 비교적 확실했다. 지금은 퇴직했다고 해도 조선총독부 건축과 기사로 근무했다면 사상이 불순한 인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 그는 시인이었고, 소설가였다. 그림도 곧잘 그렸던 모양이었다. 따뜻한 세상이 그리워서 도쿄에 왔다는 그의 넋두리 속에 불경이나 대역의 냄새는 풍기지 않았다. 더구나 폐병 말기의 중환자가 아닌가? 경찰이 처음부터 뭔가 동아줄을 잘못 엮은 것이 분명했다. 식민지 현실과 전쟁의 광기가 휘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 그는 애꿎은 희생자로 전락하고 있었다. (1권 40쪽)
“까마귀를 아십니까?”
이상의 뇌리에는 먼저 우에노 공원에서 무료하게 울어대던 까마귀 떼가 떠올랐다.
“내가 까마귀도 모를 사람처럼 보이오?”
“깍깍 울어대는 까마귀가 아니라 말하는 까마귄데도요?”
“시체 파먹는 까마귀를 말하는 거요?”
사내가 이런 선문답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 선생님은 참 대단한 한량이십니다. 지금 동경은 까마귀를 잡겠다고 온통 난린데 혼자만 오불관언이시군요. 허허허!”
그제야 이상은 전에 하숙집 주인 영감과 술을 마실 때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천황을 시해하겠다고 나섰다는 그 까마귀를 말하는 게요?”
갑자기 이상의 오금이 저려왔다. 자신과는 무관했지만 입에 올려서 좋을 게 없는 얘기였다.
(2권 60~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