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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한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57075722
· 쪽수 : 392쪽
책 소개
목차
차례
#1 오퍼레이션 서치라이트 - 9
#2 회사원 - 31
#3 모란봉 작전 - 61
#4 역 모란봉 작전 - 115
#5 이방인 - 181
#6 케이든 선 - 213
#7 크루세이더 - 247
#8 사냥 - 263
#9 천사의 품 안으로 - 295
#10 숨은 신 - 311
#11 필요악 - 377
작가의 말 - 386
리뷰
책속에서
작전조원은 흐릿한 눈으로 미군들과 선 중위를 쳐다봤다. 꺼져가는 의식을 겨우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선 중위는 조용히 짐의 말을 통역했지만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짐은 다시 호통을 쳤다.
“정신 차려! 내 질문에 대답해! 소속과 계급,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어디 있어?”
작전조원은 대답 대신 희미하게 웃었다. 선 중위는 짐의 질문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통역했지만 웃음뿐이었다. 그러고는 작게 입술을 움직였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의 입가에 얼굴을 들이대자 총격으로 엉망이 된 내장에서 올라오는 악취가 풍겼다. 작전조원은 조용히 말했다.
“려경원.”
그러고는 선 중위의 K1을 힘없이 움켜잡더니 자신의 머리를 향하게 했다. 멜빵으로 결속된 K1이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인 그에게 끌려갈 리는 없지만 원하는 게 뭔지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황장엽 비서의 얼굴에는 귀찮은 표정이 잔뜩 서렸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신임을 받는 김희지였지만 주체사상의 완성자이자 김 위원장의 스승인 이 노인은 언제나 껄끄러웠다. 스피커폰을 통해 진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황장엽 비서에게 용건을 이야기하며 호탕한 웃음을 날렸다. 그가 막 액수를 말하려는 찰나 황장엽 비서가 그의 말을 막더니 스피커폰을 껐다. 김희지는 내심 웃음이 났다. 노동당 최상위 서열인 그도 사리사욕 앞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황장엽 비서는 김희지를 슬쩍 쳐다보고는 얘기를 몇 마디 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보고서를 덮으며 중얼거렸다.
“이건 돌아와서 끝내야겠군.”
전화기를 든 황장엽 비서는 옆방에 머물고 있는 여광무역의 김덕홍 사장을 호출했다.
“어, 아우. 내가 공화국에서 긴히 쓰일 물건을 좀 받으러 가는데 좀 데려다주면 좋겠어. 지금 내 방으로 와. 차 키를 가지고 말이야.”
황장엽 비서가 전화를 끊자 기다리고 있던 김희지가 말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황장엽 비서는 그를 날카로운 눈길로 쳐다봤다. 그러고는 얇은 입술로 칼날 같은 말들을 쏟아냈다.
“왜, 내가 이 베이징에서 길을 잃을 거 같나, 아니면 돈 욕심이 나서 중간에 삥땅을 칠 거 같나?”
그의 목소리는 노여움이 적잖게 섞였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비서 동무.”
“나 황장엽이야! 1센트도 안 틀리고 가져올 테니 걱정하지 말고 방이나 잘 지키고 있으라우. 진 사장의 사무실은 여기서 10분만 가면 있는 화진 종합상가야. 자네도 거긴 잘 알지 않아?”
잠시 전에 그가 머릿속에 떠올린 생각을 읽은 듯한 눈초리와 목소리였다.
케이든 선은 약속 시간에 비해 조금 일찍 대사관에 도착했다. 지난번처럼 대사관의 식당으로 안내한 민 영사는 밥을 먹기 전에 간단히 맥주 한잔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시죠.”
짧게 대답하고 일상적인 얘기로 넘어간 케이든 선은 주머니에서 꺼낸 메모지에 볼펜으로 글씨를 써서 민 영사에게 건넸다.
‘탈레반 대사관과 PRT 테러 예상. 병력 8∼10. AK, RPG, VBIED. 2주 내에. 확인된 정보.’
“파르완 주는 어떠셨습니까? 저도 일 때문에 거기 몇 번 가보긴 했습니다만…….”
그 역시 다른 이야기를 하며 메모를 읽어 내려갔다가 그 메모지 밑에 뭔가를 적었다.
‘정보 CIA? 공격 주체는?’
“다 거기서 거기죠. 거기 한국군 PRT 기지도 취재해보고 싶은데 영사님이 힘 좀 써주세요.”
고민하던 케이든 선은 메모지의 여백에 ‘탈레반, 체첸, 북한’이라고 써서 건네줬다. 민 영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애써 웃은 그가 양복 주머니에서 지포 라이터를 꺼내서 메모지를 태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