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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57077337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1~18장
작가 후기
리뷰
책속에서
남자가 나를 혀로 핥던 순간의 열기가, 그리고 내가 그를 배신하던 순간의 열기가, 아직 내 몸에 남아 있다. 낯익은 영업 사원들이 내게 인사를 건넨다. 호텔 앞에서 어느 중국인 여자가 손님과 흥정을 하고 있다. 젊은 여자와 걸어가는 나이 든 남자가 있고, 젊은 남자와 걸어가는 나이 든 여자가 있다. 천박하고 외설스러운 네온 불, 세상을 우습게 여기는 빛. 밤은 인간의 욕망을 구체화한다. 내면에 꽁꽁 숨어 있던 욕망을 해방하라고 밤은 인간에게 허락한다.
머리 위에는 네온 불빛까지 비춰주는 달의 광채가 있었다. 해가 저문 뒤에도 그 불빛을 훔쳐내고 우리 같은 존재를 비춰주는…… 달.
나를 원해주는 열기를 느끼고, 그것을 배신하고 다시금 열기를 느끼면서 나는 높은 곳으로 나아간다. 어느 누구도 선망하지 않는, 그곳은 나만의 컴컴하고도 높디높은 장소다. 그 순간, 나는 가장 나다워질 수 있다. 다양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듯한 감각을 느낀다. 뭐랄까, 나를 지배하려고 하는 것으로부터도, 내 인생을 규정하려고 하고 내 등을 떠밀어대는, 이 세계에 있는 온갖 힘 같은 것으로부터도. 눈앞에 보이는 것을 강하게 배신할 때, 내 안에 생겨나는 열기.
상반되는 두 가지 감정의 움직임이 뒤섞여 완전히 일치했을 때, 인간의 감정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거야. 선과 악이 서로 자극하고 자극을 받으면서 그 감정은 인간의 허용 범위를 뛰어넘어 한없이 상승하지. 마치 소용돌이처럼. 중요한 건 모든 것을 남김없이 죄다 맛보는 것이야. 그 순간은, 음, 제법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