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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30692739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2-08-24
책 소개
목차
미궁_7쪽
옮긴이의 말_236쪽
리뷰
책속에서
나답지 않은 짓을 하자고 생각했다.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을 짓을. 거부감이 느껴질 만한 짓을. 설령 나 자신까지 불쾌해질 만한 짓이라도. 내 존재의 경향이라는 것이 있다고 치고, 그것과는 반대되는 짓을, 때로는 무리를 해가면서라도.
“마지막으로 한 가지. 그 사나에라는 여자, 실은 유명한 사람이야.”
나는 다시 남자의 얼굴을 멍하니 보았다.
“당신, 그 여자와 같은 중학교에 다녔지? 아, 미안해, 실은 어제부터 당신들을 내내 미행했거든. 그 여자는 학기 도중에 전학을 왔다가 곧바로 다시 전학을 갔을 거야. 그 여자, 중학생 때는 어머니 쪽 성씨를 썼을걸? 소문, 들은 적 없어?”
남자가 계산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히오키 사건, 알지?”
“예?”
“그 여자가 현장에 남아 있던 유가족이야. 그 미궁 사건의.”
언제부턴가 묘한 예감을 품게 되었다. 딱히 변태적인 성향 따위는 없을 텐데도, 나는 하고 싶지도 않은 바보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파멸해 버리고 말 것 같은 예감. 몸을 한없이 무겁게 만드는 우울에 벌레에 파먹혀 들어가는 사과처럼 모든 것을 잃고 언젠가는 목을 매고 죽어버릴 것 같은 예감. 나 자신의 성격과 앞으로 예상되는 내 인생을 생각했을 때, 도저히 견뎌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 내 인생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해 본다. 나답지 않은 짓만 골라서 하다 보면 조금쯤은 그런 예감을 한참 나중으로 미룰 수 있지 않을까, 멍하니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평소 같으면 회피했을 유형의 상황을 자진해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