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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비평
· ISBN : 9788957077955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
1부 고유명의 철학자, 가라타니 고진
1장 이론적 맹아기 - 『일본근대문학의 기원』과 『근대문학의 종언』을 중심으로
2장 이론가로서 가라타니 고진의 ‘윤리’ - 『은유로서의 건축』을 중심으로
3장 고유명과 타자의 문제 - 『탐구 2』와 『유머로서의 유물론』을 중심으로
4장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사
2부 트랜스크리틱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
1장 『트랜스크리틱』과 칸트
2장 『트랜스크리틱』의 전후
3장 마르크스의 『트랜스크리틱』
3부 미완의 대작, 『세계사의 구조』
1장 세계사의 구조와 사적 유물론
2장 미니세계시스템
3장 세계제국
4장 세계경제시스템
5장 세계사의 구조 이후
맺음말 - 고유명의 철학자에서 코뮤니즘의 사상가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에서부터 가라타니를 추동하는 것은 어디서부터가 안이고 바깥인지가 모호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바깥’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다. 바로 그런 입장에서부터 앞으로 있을 가라타니의 이론적 여정이 시작된다. 후일 가라타니는 『탐구』 등의 저서에서도 주체를 넘어선 구조, 외부성, 타자 등 후기구조주의 개념이 모두 이미 칸트가 말한 ‘초월론적 주관’에 의해 발견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근대적 ‘풍경’과 ‘내면’에 대한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의 문제 설정은 새롭게 (재)이론화한다. 가라타니는 근대문학에 대해서만큼 그가 비평가로서 활동하던 1980~1990년대 포스트모던 철학에 대해서도 위화감을 느꼈다. 나중에 보겠지만 가라타니는 ‘내면’과 ‘풍경’, ‘주체’와 ‘구조’, ‘안’과 ‘바깥’이라는 문제 설정 자체의 ‘바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바로 ‘고유명’에서 발견한다.
가라타니는 후일 (풍경에 사로잡힌) ‘내면’ 혹은 (체계에 사로잡힌) ‘초월적 자아’의 ‘바깥’을 ‘고유명’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 가라타니의 이론적 여정은 ‘형식적’인 구조와 주체 양자의 ‘바깥’에 있는 고유한 ‘역사적’ 구조와 주체를 발견하고 이론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그가 말한 내면=초월적 주관은 ‘고유명’으로 재사유되며 그가 말한 구조=풍경은 후일 ‘세계사의 구조’로 재사유된다고 할 수 있다.
가라타니가 말하는 ‘이 나’ 혹은 ‘이것’은 특수하거나 유별난 성질을 지닌 개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아무리 특수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類, 일반) 속에 있는 개별성에 지나지 않는다. 개체가 아무리 분할 불가능한 성질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런 성질은 그것이 속한 상위의 일반적인 범주 속에 있다. ‘이 나’가 지닌 특수한 성질들로 ‘이 나’의 고유성을 규정하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범주와 술어들로 기술하고 한정한 개체로서 ‘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가라타니는 ‘인간 실존’, ‘현존재’, ‘자기의식’과 같이 인간 실존의 특수성을 포착하는 개념들 역시 특수성과 일반성 사이의 회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위화감을 일찍부터 품어왔다. 나 자신의 특수성을 ‘의식’ 속에서 떠올려본다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의식 자체가 언어에 의해 규정되어 있는 이상 우리는 의식 속에서 현상하는 일반적인 범주와 술어들을 통해 ‘나’의 특수성을 ‘한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나’의 고유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