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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8242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처녀치마
트라우마
12월 31일
두리번거린다
수업 시대
불멸
나쁜음자리표
그것은 아니다
해설 스토아주의자의 치유법_이수형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보르헤스의 『상상 동물의 세계』에 보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동물이 나와요.”
보르헤스는 과연 당신에게 시를 쓰고 싶게 만드느냐고 물으려다 그만두었다.
“눈물에서 아주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네요. 그놈의 향기 때문에 녀석은 사냥꾼에게 쉽게 잡히는데, 잡히고 나면 죄다 눈물로 변해버린답니다. 아무것도 안 남고 향기로운 눈물만 남는대요. 선혜 씨도 그래요. 이 여자 정말 아무것도 안 남고 그냥 눈물이 되는 거 아닐까 생각했어요. 아까.”
-「수업 시대」
나는 눈을 감고 누군가 빠져나간 자리를 고스란히 보존하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문화 유적을 보존하는 일처럼 T가 떠난 자리를 지키는 일도 어떤 쓸모가 있을 것이다. 모든 보존에는 일면 자아도취적인 데가 있다. 모든 파괴에 자기파괴적인 면이 있듯이. 사실 우리의 행위는 궁극적으로 자기와 관련된다. 그래서 타인을 가장 잘 모욕하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가장 민감한 사람일 수 있다.
-「나쁜음자리표」
그럼 어떤 연기 해보고 싶어? 남자가 물었다. 여자는 글쎄요, 했다. 실연? 하고 물으며 남자가 또 히죽 웃었다. 감독님, 그렇게 웃지 마세요. 그렇게 웃는 거 너무 안 어울려요. 나 배우 아니잖아. 감독이란 자는 여전히 어색하게 히죽거리며 말했다. 실연도 사형이에요. 너 이제 그만 죽어, 그러는 거죠. 남자가 갑자기 손가락을 딱 튕기더니 뭔가를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여자의 목소리는 천변만화하지는 않아도 사람을 야릇하게 도취시키는 힘이 있었다. 너 이제 그만 죽어, 그런 무서운 말을 여자는 태연히도 내뱉었다.
-「그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