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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7091081
· 쪽수 : 246쪽
· 출판일 : 2007-06-1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춘장대 긴 봄날도 간다
2. 강화도 뻘에서 뭘 찾으시니껴?
3. 옐로우 하우스 옆 세상 끝에 있는 집
4. 세상에서 제일 큰 쇠불알을 흔드는 서귀포 바람
5. 산과 밭과 뻘과 물이 연달아 흐르는 압해도
6. 사멸과 맞선 황룡사터의 주춧돌들
7. 춘천, 물의 자서전을 읽다
8. 땅끝 절집 미황사를 물들이는 황금빛
9. 6천만 년을 살고 있다는 반구대암각화의 고래들
10. 서후 이전에 무릉이 있었다
11. 불명산 벼랑에 피어 있는 한 화암
12. 신두리 사구에 핀 붉은 파두마화
13. 백두대간을 달려 내리는 법수치의 법수
14. 경계에 세운 문의라는 이름의 마을
수록 시
저자소개
책속에서
'땅끝 절집 미황사를 물들이는 황금빛' 중에서
아름다울 미(美), 누를 황(黃). 절집의 이름치고는 감각적인 미황사(美黃寺)가 해남에 있다기에, 아름다운 황금빛을 찾아 땅끝으로 향합니다. 때는 장마철이고 바닷가의 날씨란 구름 맘대로니 무작정 구름을 따라나서 보는 수밖에요. ... 검은 소가 크게 울며 마지막 멈춘 곳에 절을 세우고, '미ㅡ' 하고 울었던 그 울음소리가 지극히 아름다워 '미(美)' 자와 배 안에 가득했던 황금빛을 기억하고자 '황(黃)' 자를 따와 미황사라 이름 붙였다지요.
그리운 이의 한 생애가
잠시 손등에 앉았다가 포르르,
새처럼 날아간 거라고
땅끝 바다 시린 파도가 잠시
가슴을 철썩이다 가버린 거라고......
스님의 목소리는 어쩐지
발밑에 바스라지는 낙엽처럼 자꾸만
자꾸만 서걱이는 것이었는데
차마 다 터뜨리지 못한 울음처럼
늙은 달이 온몸을 밀어올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필생의 호흡이 빛이 되어
대웅전 주춧돌이 환해지는 밤
오리, 다람쥐가 돌 속에서 합장하고
게와 물고기가 땅끝 파도를 부르는
생의 한때가 잠시 슬픈 듯 즐거웠습니다
열반을 기다리는 달이여
그의 필생의 울음이 빛이 되어
미황사는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홀로 충만했습니다
- 김태정, '미황사' 중
땅끝이 내려다보이는 미황사에서 저무는 노을을 보고 있자니 정말 더 이상 나아갈 길 없음이 뼈에 사무칩니다. 다시 되돌아가거나 그 자리에 주저앉아야만 될 것 같은데, 그리운 것들의 이름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 쫓기듯 이곳 미황사까지 밀려온 생이라면야 더더욱 이 노을 속에서 그만 목을 놓고 '미ㅡ'한 울음을 울고 말 것만 같습니다. 응진당 좁은 마다에 서서, 바다 끝으로 떨어지는 노을을 보며 속 깊은 울음을 토해낸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미황사 노을은 그 많은, 그 오랜 울음들을 다 보아왔다는 듯 깊디깊은 금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