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는 이혼녀

- 야, 그렇게 매일 만나면 질리지도 않니? 옆에서 보는 내가 다 질린다. 정말 징그러운 커플이라니까.

현희의 부러운 투정을 들으면서도 강해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씨가 된 듯 두 사람은 징그럽게 만나고, 징그럽게 싸우다 결국 이렇게 끝장을 보고 말았다.
스물두 살의 훈도와 스물한 살의 강해에게는 애당초 결혼 자체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을 결정하고 나서 두 사람은 자신들이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명한 결정을 했다고 스스로 얼마나 대견해 했던가. 그러나 연애와는 또 다른 것이 결혼이다. 생각했던 것처럼, 그리고 꿈을 꾸었던 것처럼 결혼은 결코 달콤하지도, 행복하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어린 신랑 훈도와 어린 신부 강해는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잘 가."
강해는 다시 훈도에게 인사를 건네고 돌아섰다.
"그래, 잘난 박강해가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두고 보자. 두고 보자고."
훈도가 강해의 뒤통수를 향해 소리쳤다. 모순되게도 강해가 먼저 이혼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훈도는 자신이 피해자란다. 이혼하는 부부를 두고 정확하게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눌 수 있을까? 그것은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당사자들조차도 그것은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모두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해는 문득 이혼한 당사자들은 모두 가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대로..."
강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당한 말투와 걸음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을 훈도를 두고 그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