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사랑 찾기

수학능력시험을 한 달쯤 앞둔 어느 날, 느닷없이 엄마가 찾아왔다. 엄마는 마르고 퀭한 내 몰골을 보고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수능을 치르고 나서 마산으로 와. 엄마랑 살자."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같이 살다가도 떨어져 나갈 나이인데, 이제 와서 뭘 같이 살아요?"
엄마는 매우 안타까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대학에 갈 거냐고 물었다. 가고 싶어도 돈이 없으니 어찌 가겠느냐는 내 질문에 엄마는 대뜸 대답했다.
"네가 대학에 붙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보내줄 테니까 걱정 마. 네가 나처럼 살아서야 되겠니?"
백 번 지당하신 말씀이었다.
그 뒤의 시시콜콜한 얘기는 생략하자. 나는 수학능력시험을 쳤고, 상위권은 아니지만 내 본래의 성적을 훨씬 웃도는 성적을 받았고, 내가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대학에 원서를 써넣었다.
처음부터 일류 대학교는 꿈도 꾸지 않았고, 단지 주저주저 망설이다가 전화로 대학극단이 있는 대학인지를 알아본 정도였다. 나중에 그 얘기를 아는 친구에게 했더니, 그녀는 마구 웃었다.
"세상에, 웬만한 4년제 대학이라면 대학극단은 다 있어. 그걸 몰랐어?"
나중에 나는 부산에 있는 K대학에 들어가기로 결정하지만, 내가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며 초조해 하는 동안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제 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설명은 이로써 충분히 마무리했다고 본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