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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외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57513033
· 쪽수 : 288쪽
책 소개
책속에서
"내가 왜 결혼을 해야 한다는 거야? 뭐라고 말 좀 해봐."
카탈리나 페르난데스 데 벨라스코가 큰소리로 다그치듯 물었다. 그녀는 옅은 눈썹을 치켜뜬 채, 그 작은 손을 엉덩이쯤에서 주먹쥐고 있었다. 그녀는 페르디난드 왕에게서 옴브레 리코, 즉 갑부라는 칭호를 하사받은 대공의 딸로 태어나 17세가 된 지금까지 그 지위에 맞는 특권을 마음껏 누리면서 자랐다. 단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전쟁영웅의 아들과 결혼이 약속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 남자는 포르투갈의 알폰소 5세와 벌인 전쟁에서 대공의 목숨을 구해준 공이 있었다. 카탈리나도 그 용감한 남자에게 평생 갚아도 못 갚을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영혼이나 마음까지 줄 순 없는 것 아닌가. 그것의 주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므로.
"어떻게 그런 남자랑 결혼을 해? 고작 6살 때 한 번 본 적이 있을 뿐인데."
카탈리나는 그런 끔찍한 생각은 머리에 떠올리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숱이 많아 탐스러운 금발이 요동치듯 흔들렸다. 카탈리나의 언니인 수산나가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겠는지, 안락의자에서 일어섰다. 수산나는 지금 임신 6개월인데, 최근 남편을 잃은 이후로 새로운 남편감을 물색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돈 디에고라는 그 남자 아주 미남이래."
"미남이라고?"
카탈리나의 초록 눈이 커졌다가 다시 작아졌다.
"그런 늙은이가 무슨 미남이래?"
수산나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카탈리나, 그 남자 너랑 고작 10살 차이밖에 안 나. 아직 27살이라고."
"그러니까 늙은이지. 그리고 못생겼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왜 지난 11년 동안 코빼기 한 번 안 비쳤겠어?"
"그라나다에서 무어족과 전쟁 중이잖아. 아니면 벌써 네 성격이 괴팍한 줄 알고 있거나."
그 말을 듣는 카탈리나의 입에도 미소가 번졌다. 온화하고 착한 성격에 짙은 눈을 한 수산나 언니는 무엇으로 보나 완벽한 딸이었지만, 카탈리나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