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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57513538
· 쪽수 : 430쪽
· 출판일 : 2005-01-10
책속에서
"다카기 선생님, 요코의 어머니에게는 다른 자식이 있나요?"
"응, 있지. 사내아이 둘."
"어머, 그럼 요코에게도 형제가 있는 거군요. 동생이에요, 오빠예요?"
다쓰코가 젓가락을 멈추고 다카기를 보며 물었다.
"음, 오빠와 동생입니다."
"호오, 형제가 둘이나..."
아버지는 달라도 요코에게 형제가 있다는 사실에 감개무량한 듯 게이조가 맞장구를 쳤다.
'요코에게도 형제가 있었구나!'
도오루는 갑자기 발을 걷어차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요코의 오빠로 자란 도오루로서는 요코에게 오빠와 남동생이 있다는 사실에 왠지 선뜻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요코에겐 나만이 아닌가?'
도오루의 감정은 미묘했다. 그는 요코의 오빠인 동시에 애인도 되고 싶었다. 그 어느 위치도 다른 사람에게 침해당하고 싶지 않았다.
"아저씨, 요코의 어머니 집은 오타루(小樽)라고 하셨지요? 그곳 주소가 어떻게 되죠?"
잠이 부족한 도오루의 목소리는 감기에 걸린 것처럼 잠겨 있었다.
"주소? 주소는 알아서 뭐 하려고? 설마 그들 모녀에게 눈물의 상봉이라도 주선해 주려는 건 아니겠지?"
농담 섞인 어조였지만, 다카기의 커다란 눈이 번뜩였다.
"그건 알 수 없어요. 요코가 만나고 싶다고 한다면 말이에요. 요코에게도 자기 친부모를 만날 권리가 있으니까요."
"이치로 따진다면야 아마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도오루, 그쪽에는 그쪽 가정 형편이 있지 않을까? 어쨌거나 남편이나 아들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평화롭게 살고 있어. 그러니 찾아가는 일만은 삼가줬으면 해."
"평화롭게 살고 있다고요?"
도오루가 힐난하는 듯이 다카기를 쳐다보았다. 요코는 자살까지 하려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요코를 낳은 어머니는 딸을 유아원에 맡기고 남편과 자식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다니. 도오루는 분노를 느꼈다. 그 평화를 지켜주기 위해 요코는 생모나 형제도 만나서는 안 된단 말인가? 그것이 요코를 독점하려는 감정과 모순된다는 것을 도오루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