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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57515426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09-06-05
책 소개
목차
One
Two
Three
Four
Five
Six
Seven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이건 천국에 있어야 하는데. 할아버지가 내 편지를 받지 못하신 건가요, 네?”
나는 울기 시작했고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가서 식탁에 나를 앉히고는 말했다. 슬퍼하며 부질없이 희망을 품는 내 모습이 애처로웠던 엄마가 보다 못해 편지를 썼노라고. 엄마는 천국에 편지를 보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바람이 그곳까지 닿지 않는단다. 천국은 언제나 고요해. 바람이 불지 않아.”
그리고 엄마가 뭐라고 말을 했는데 무슨 말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천국에는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말밖에는. 그 말은 내가 이 마을에 부는 바람을 좋아하게 된 것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바람은 내가 이 세상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 314쪽 중에서
혹자는, 지구 한쪽 편에서 일어난 어떤 일이 지구 반대편에 영향을 주어 다른 사건을 일으킨다고 했는데, 그런 말을 아시는지? 원래는 지리학적 사건을 가리키는 이 이론에 입각한다면 엄마는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눈사태나 태풍, 지진을 일으킬 만큼 이 마을의 무미건조한 단조로움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친절하다. 친절하긴 한데, 그게 좀 이상야릇하다. 가끔 마을 사람들의 눈동자 속에서 그런 야릇한 친절함을 발견할 때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예를 들어, “아빠는 어떻게 지내시느냐”, “엄마 없이 너는 어떻게 지내느냐”고 사람들이 물을 때가 그렇다. 심지어 퀴링 선생님은 내가 줄기차게 말을 안 듣고 속을 썩이는데도 나를 봐준다. “집안일이 버겁겠구나” 하며 숙제 내는 날짜를 미뤄주시고는 우리를 위해 기도한다는 부연 설명까지 곁들인다. 난 신경도 안 쓰는데. - 76쪽 중에서
태쉬 언니는 열두 살 때 어금니를 하나 뺐다. 언니는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욕실 선반 컵 안에 넣어놓았는데, 얼마 후 깡통을 실컷 차고 돌아온 내가 그 컵에 물을 가득 따라 마시다가 언니의 어금니까지 삼켜버리는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나를 진찰한 성질 더러운 의사는 어금니가 아직 내 배 속에 있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것은 내 배 속에서 영원히 머무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 어금니는 머리띠를 하고 손을 흔들어 작별을 고하는 캘리포니아 소녀의 모습처럼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 91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