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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594384
· 쪽수 : 286쪽
· 출판일 : 2008-02-01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드디어 우리가 파보나마 족보를 정비할 때가 온 거요."
(중략) 필준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앉아있는데, 문중 사람들은 제각기 할 말도 많고, 할 일도 많은 듯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결연했는데, 필준은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가, 황당하기도 하다가, 무슨 도깨비놀음인가도 했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찬우에게 집안 내력에 대해 신물이 나도록 들었다. 찬우는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필준을 앉혀놓고 족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집착이라 할 만큼 지겹도록 읊어대는 바람에 내심 반항도 했었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옛 타령이라 여기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러나 이들은 너무 교조적이지 않은가. 필준은 자신이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졌음을 알았다.
"그동안 못한 종손의 도리를 충실히 하셔야겠습니다. 찬자 우자 할아버지께서 군산에 살아 계신다는 말만 들었어도... 쩝쩝. 죽비 어르신께서 사손을 잇지 못하고 가신다는 죄책감 때문에, 숨만 깔딱깔딱 목에 걸린 채 이틀 동안 이승도 아니고 저승도 아닌 중음에서 고통을 받다가 돌아가셨지요. 작은댁의 경자 식자 할아버지가 있는 재산 다 팔아서 독립운동 하신다고 중국으로 떠나시고 난 다음, 자식도 독립운동 하다 옥사하시고, 숱한 고난과 어려움으로 이 종택을 지키시다가 쓸쓸히 가셨어요."
필준은 할아버지가 군산에서 큰 정미소를 하신 게 바로 고라실 재산의 일부였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필준이 기억하는 한 할아버지는 부자였다. 군산으로 와서 일본으로 공출되는 쌀을 정미하면서 대단히 큰 돈을 벌었다. 그 일이 청년 시절엔 조선 백성의 피를 뽑아 번 돈이라 떳떳하지 못했는데, 그 사업의 종자돈이 독립운동 자금이었단 사실에 필준의 얼굴은 홧홧해졌다. 그러나 필준은 문중의 이름으로 모인 이들이, 너의 부의 바탕엔 바로 이 고라실의 고난이 있었다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 것 같아 불쾌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