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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연극 > 외국희곡
· ISBN : 9788957867990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2-01-10
책 소개
목차
출판에 부쳐
작품에 대해
번역 출판에 부쳐
에쿠우스
책속에서
번역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전달이었다. 연극은 현장예술이라는 특성을 지니며 그 현장성은 시간성, 일회성, 직접성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할 때, 연극 공연을 전제로 하는 희곡은 아무리 글로 이루어졌어도 소설이나 시와는 달리 단번에 전달되어야 한다. 즉 여러 번 읽어야 뜻을 알 수 있다면 희곡으로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 인물들 간에 어떤 말투를 택할지도 상당한 고심거리였다. 영어 원문의 뉘앙스를 근거로 복잡한 우리말 경어법 중 어떤 단계를 적용할지 정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다. 자칫 인물의 성격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버릴 우려가 있는 것이 바로 말투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알런과 다이사트의 말투를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작가 서문에서 피터 쉐퍼는 초연 대본의 출판이 희곡을 특정 형태로 가둘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번역 또한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수가 많다. 단어 하나, 토씨 한 글자까지도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말투를 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물의 성격을 파악해야 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번역자의 독단이 개입될 여지가 다분하다. 결국 연출가나 배우에게 부여할 선택의 자유를 번역 과정에서 말살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 늘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떻게든 배우들이 연기하기 편한 우리말 대사를 만들고자 최대한 노력했고,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건 책으로 읽는 독자들이건 모두 우리말의 음악성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리듬과 템포를 살리고자 하였다. 연극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담는 형식의 아름다움과 완벽성이야말로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핵심 요소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