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7981481
· 쪽수 : 247쪽
책 소개
목차
1.가랑잎의 노래
2.서서 오줌 누는 계집아이
3.땅의 사람들
4.세 형님
5.열여섯 꽃비
6.괴팍한 늙은이의 지팡이
7.앵화옥의 앵화는 악취가 나네
8.달빛 부스러기
9.오란비
10.하늘 빈 터
11.뜰에봄
12.모로 누운 부도
13.해문이슬
14.별아,난 누구지?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해를 물고 있는 이슬이라는 뜻이니라.”
잠든 줄 알았던 사부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벽에 쓴 ‘해믄이슬’을 두고 하는 말인 듯했다.
‘해를 물고 있는 이슬?’
“동틀 녘 들판에 나가 보면, 들풀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지. 그 들풀 잎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느냐? 이슬이 맺혀 있었을 게야. 그 이슬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가 들어 있느니!”
사부는 여전히 눈을 감을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
뚜깐은 사부가 쓴 숯 글씨를 응시했다.
‘해믄이슬.’
뚜깐은 입 속으로 중얼거려 보았다.
“네 이름이니라!”
내 이름……. 뚜깐은 숨이 탁 막혀 왔다.
“부디 나라말 공부 팽개치지 말고 열심히 해서, 나라말로 고운 시(詩)를 쓰는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하려므나!”
사부는 낮은 목소리로 뚜깐에게 당부한 뒤,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제 나라 글을 내버려 두고 남의 나라 글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사는 이 나라 선비들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내 너희들에게 누차 말했을 것이다. 이제는 임금조차 나라말을 팽개치고 괄시하려 드니 참으로 하늘을 두고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구나. 허나, 임금을 갈아치운다고 될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게야. 나라말을 괄시하는 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선비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터인데, 그것들을 모두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냐. 식자들이 나서서 나라말을 배우고 익히고 또 가르쳐야 할 터인데, 그러하지는 못할망정 저희가 나서서 나라말을 헐뜯고 비방하고 무시하니 이런 기막힌 일이 어디 있겠느냐. 앞으로도 이런 지경은 계속될 게야. 나라말을 귀하게 여기지 않음은 곧 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니라. 제 소리와 제 말과 제 글을 천히 여기면서 어이 멸시받지 않기를 바랄 수 있겠느냐. 이 나라 임금이 스스로 나라말을 작파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왕관에 똥물을 뒤집어쓰겠다고 자청한 꼴이지. 그러니 너희들이 흥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허나, 흥분만 한다고 될 일이더냐. 멀리 보아야지. 백년, 오백년, 천년 후대를 보아야지.”-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