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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8074083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2-12-07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자연스러웠던 죽음을 추억하다
나는 무덤가에서 놀며 위로받으며 자랐다
우리는 애도하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나는 왜 새삼
그 시절에 죽은 이를 보내던 방식을 그리워하나
그리고 중환자실간호사가 되었다
2장 중환자가 된다는 것, 나에 대한 결정에서 배제된다는 것
고립_ 우리는 낯선 감시자였을까
소외_ 나에 관한 일을 나에게만 알려주지 않는다면
침묵_ 왜 할머니에게 직접 묻지 않을까
분노_생의 마지막을 폭력으로 보내게 한 책임은
공포_ 이들이 가진 두려움에는 이유가 있다
배제_ 나의 죽음을 왜 다른 이가 결정하는가
3장 중환자실에서 죽는다는 것, 이별하기 어렵다는 것
그에게도 작별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 아이가 애타게 전하려 했던 마음
나에게 생의 마지막 비밀을 내보인 그 소년
당신의 미련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는다면
어느 노동자의 죽음
그 할아버지가 중환자실에 들어온 이유
할머니가 원하던 '잘 이별하는 방법'은
사람 사이에 흘러간 시간이 이래도 괜찮을까
4장 죽음 이후, 당신이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일
어느 뇌사자의 여행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
어째서 가난한 이의 마지막은 더 고단한가
우리는 왜 그 형을 비난했나
5장 다른 가능성들
할머니의 자기결정
병원 안에서도 평화롭게 이별할 수 있다
DNR 동의서의 부적 효과
내가 쓴 동화
'Hopeless Discharge가망 없는 퇴원'의 기억
나가는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늘 죽음 자체보다도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고통이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홀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게 되는 상황을 더 두려워했다. 그건 지금 생각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피해갈 수 없는 죽음 자체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더 문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내겐 죽음 앞에 서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고통스런 연명치료를 받다 중환자실에서 갑자기 임종을 맞는 마지막은 무엇보다 피하고 싶은 길이다. 그런 점에서 어린 시절에 본 죽음들은 달랐다. 죽음은 늘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찾아왔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임종은 외로움도 고통도 덜해보였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은 죽음일지라도 장례과정이 열려 있었다. 그러면서 상주들은 온몸으로 애도하며 죽은 이와 작별하고 그 힘으로 다시 살아내는 것 같았다. 어린아이들까지 포함된 구경꾼들도 그렇게 죽음과 삶을 배우며 강해졌을 것이다.
심폐소생술을 비롯하여 우리가 하고 있는 처치들이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라 여길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도 없었다. 멈춘다는 건 곧 생명을 포기하거나 경시하는 일이 되는 것만 같았고, 그래서 깊은 회의를 느끼면서도 맹목적으로 죽음의 반대방향으로 환자를 잡아끌고 버티는 기분이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나 가족은 무엇이든 감수할 의사가 있는 듯했고 의료진도 이를 당연하게 여겼다. 병원이 병을 치료하고 환자의 생명을 연장해줄 것이므로. 환자는 고립된 상황에서 혼자 불안과 공포를 견디고 가족은 곁을 지킬 수 없는 불안감, 턱없이 부족한 설명과 정보에 대한 불만을 참아야 했다. 생명보다 소중하고 존엄한 것은 없음을 생각하면 중환자실에서 잃은 자존심이나 인간적인 품위쯤이야 언제든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