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동물과 식물 > 동물 일반
· ISBN : 9788958203506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6-02-23
책 소개
목차
독자들에게
1·어린 시절
2·두 배의 힘
3·추격과 승리
시튼의 발자취
책속에서
불행은 결코 혼자 찾아오는 법이 없다. 다음 날 새벽에 아빠 여우가 오리를 잡아 물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오고 있을 때 갑자기 개들이 짖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여우는 그때까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곳으로 쫓겨 갔다. 높은 울타리가 쳐져 있는 오솔길이 하나 나왔는데, 오리를 입에 물고는 도저히 기어올라 갈 수 없는 길이었다. 여우는 계속해서 갔다. 개들은 바로 뒤에 바싹 쫓아오고 있었다. 아, 어찌한담! 아빠 여우는 헛간 마당으로 돌진했다. 불행히도 그곳은 또 다른 개의 집이었고 아빠 여우는 그곳에서 잡혀 죽고 말았다.
그러나 여우 가족들은 아빠 여우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뿐이다. 사랑하는 아빠 여우의 비극적인 최후를 실제로 목격하는 슬픔만은 피할 수 있었다. 어미 여우와 두 마리 새끼 여우는 사시나무 둔덕 근처의 굴에 남겨졌다. 홀로 남은 어미 여우는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짐을 떠맡았다. 실제로 어미 여우의 임무는 거의 완수되었다. 8월이 오자 새끼 여우들은 어미를 따라서 멀리 사냥을 나가 스스로 먹이를 찾기 시작했다. 9월이 되자 암컷 새끼는 어미 여우만큼 커졌고, 털이 짙은 맏이 도미노는 더 커지고 힘도 더 세졌다. 그리고 털빛도 짙어졌다.
그러자 이상한 감정이 새끼들 사이에서, 그리고 어미 여우와 아들 사이에서 갑자기 생겨났다. 그 크고 멋진 도미노를 꺼려 하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피하기까지 했다. 엄마와 딸의 사이는 적어도 한동안은 여전했다. 그러나 미묘한 어떤 본능으로 인해 가족의 유대감은 깨지고 있었다. 크고 검은 도미노, 그리고 어미 여우와 암컷 새끼 여우는 만나면 여전히 친구였지만, 그 세 마리 여우는 가급적이면 서로 만나려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제법 동작도 빨라지고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되자, 도미노는 사시나무 골짜기를 떠났다. 즐거웠던 기억, 강이 부르는 노래,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도미노는 홀로 여우의 삶을 찾아 나선 것이다.
도미노에게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꿈이었다. 하지만 꿈 속으로 빠져들고 있을 때 “찰칵!” 소리가 들렸다. 쇠 이빨이 가차없이 도미노의 등을 물었다. 은빛이 도는 검정색 털이 드문드문 나 있는 부분이었다. 도미노는 정신을 차렸다. 황홀한 꿈도 끝이 났다. 쫓기는 짐승의 본능이 다시 온전히 되살아났다. 도미노는 벌떡 일어났다. 유연한 척추를 쫙 펴자, 강하게 물려 있던 쇠 이빨이 힘을 잃었다. 이 큰 몸집을 물기에는 덫이 작았다. 도미노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제 안전하게 달아나야 했다. 도미노는 콧구멍에 남아 있는 냄새들을 날려 보내면서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지나 저녁 사냥을 나갔다.
정신력이 약한 여우들은 다시 이 사악한 마법에 홀릴 것이고, 그러면 이 죽음의 유혹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도미노는 유혹에 숨어 있는 공포를 알아차렸다. 매력적인 냄새가 나는 많은 마법들 중에는 쇠붙이 냄새가 나는 치명적인 것이 숨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