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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8244806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3-02-15
목차
작가의 말 ·· 4
명동희 ·· 11
엄마를 용서해 ·· 35
까만 원피스 ·· 57
백만 잔의 커피 ·· 79
가발 ·· 103
인생은 태클을 걸수록 좋소 ·· 127
그 신비로움 ·· 149
리셋 ·· 171
만추 ·· 193
해설 - 이승하(문학평론가, 중앙대 교수)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험난한 과정 ·· 211
저자소개
책속에서
엄마는 한 시간째 통화 중이었다. 갱년기가 시작된 엄마는 틈만 나면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수다는 엄마가 살아가는 방 편이다. 말로 욕망을 떠벌리고 해소하는 수다, 엄마의 기분이 나아져 모녀 사이가 원만해진다면, 수다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 같았다. 오랫동안 해오던 엄마의 쇼핑몰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급기야 사업을 접을 지경에 이르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까지 타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귀국한 꼴이 돼버렸으니 엄마의 심정이 오죽할까 싶었다. 엄마의 사치품들은 하나씩 중고 마을로 이사를 했다. 그 빈자리에 무엇이 어떤 형태로 채워질지 아직 모른다.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원할 것 같은 황제의 시간도 상황에 따라 급하게 멈출 수도 있지 않은가. 그 또한 모를 일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엄마의 갱년기 증상은 조울증 증상까지 넘나들었다.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걸 알겠는데도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올 때는 잠을 잘 수 없었다. 미치도록 엄마가 미웠다가 안쓰럽기도 했다. 어쩌다 엄마가 취하도록 술을 마신 날에는 상상할 수 없는 육두문자들이 집안 곳곳으로 날아다녔다. 나는 갈수 록 엄마의 거칠고 험한 말들을 다 받아내기가 지치고 버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