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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58721604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8-05-30
책 소개
목차
이상한 문진
Ⅰ. 시간과 공간
공짜글자
고물일기
질주본능
회중시계
Ⅱ. 정치와 외교
개굴개굴
별주부전
파리대왕
스팸메일
오합지졸
Ⅲ. 동화와 우화
노란버스
컴맹탈출
오대독자
테마파크
백설공주
신데렐라
Ⅳ. 종교와 인간
종교개혁
로제타석
염라대왕
아프리카
동방박사
어린왕자
Ⅴ. 역사와 해석
단군신화
삼국유사
흥남부두
훈민정음
신사임당
임진왜란
사도세자
Ⅵ. 과학과 사회
사피엔스
오토바이
조건반사
꿈의해석
맺는말 - 꿈과 꽃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ㅅ이 늘어나니 사람들이 소주 말고 쏘주를 마셨고 취해 뱉는 욕들이 ㅆ으로 가득 찬 쑥대밭이 되었다. 남는 ㅡ를 ㅅ에 덮어 ㅈ을 만들었다. 아무리 자장면이라 계도해도 백성들은 남는 ㅈ을 더해 기어이 짜장면을 비볐다. 봄철이면 멀쩡한 주꾸미가 쭈꾸미로 변태했다. ㅡ를 ㅣ로 돌려쓰니 냄비가 눌어붙고 애기들이 앵앵거렸다. ㄱ도 지천이었다. 대학생들은 꽈사무실에 들러 꽈비를 내고 꽈티와 꽈잠을 주문했다. 다 공짜로 얻은 글자들 덕에 생긴 일이다. 아니지, 꽁짜로 얻은 글자들. (「공짜글자」)
지금도 내게 그 일기장이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 일기장은 책꽂이가 아니고 가슴속에 꽂아두는 것이다. 책상 서랍이 아니고 마음속에 넣어두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일기장은 더 많은 마음 아픈 사연들로 채워졌다. 일기장은 흰 부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채워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쓸 곳이 부족해지자 일기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밤마다 조금씩 커진 일기장이 책상을 덮었고 방 밖으로 삐져나갔다. 매일 더 커진 일기장은 하늘을 덮었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본다. 오늘의 일기장이다. 이처럼 어두운 것을 보니 세상의 구석에 웅크린 이들이 여전히 애절한 일기를 저기 써넣고 있는 모양이다. (「고물일기」 )
연못으로 갔지. 도끼를 연못에 던지고 꺼이꺼이 하고 있는데 금도끼, 은도끼를 다 든 산신령이 정말 나타났어. 물속에서 홀연히 나타난 건 아니고 연못 주위를 배회하고 있더라고. 그런데 대본과 달리 이걸 안 주겠다는 거야. 옥신각신해서 뺏어들고 집에 왔는데 순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 어디서 이런 애들 장난감을 갖고 왔냐면서. 보니까 합판에 금박지, 은박지 입혀놓은 가짜 도끼야. 아무리 세상에 믿을 인간이 없다고 하지만 산신령이 이런 사기를 쳐도 되는 거야? 앞으로는 금도끼 이야기도 내용을 바꿔야 하는 거 아냐? (「오대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