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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9065325
· 쪽수 : 380쪽
· 출판일 : 2019-07-0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4
프롤로그
광기의 시대를 건너는 법 ․ 12
단색화 열풍 ․ 18
행위의 반복성과 무목적성 ․ 20
세상을 다시 담다 ․ 25
제1부 나를 찾아가다
꼬마 재홍
큰 인물이 될 거요 ․ 33
편애는 차례대로 ․ 35
걱정스런 녀석 ․ 37
게으름을 깨닫다
전쟁의 충격 ․ 41
국민방위군 ․ 48
홍대 전시학교 ․ 56
‘나’는 누구인가?
다시 배지를 달고 ․ 60
도망자, 서보 ․ 67
수덕사에서 김일엽을 만나다 ․ 74
발동을 걸다
사이다 발언 ․ 78
안국동파 ․ 81
뭉치고 갈라지고 시끄럽고 ․ 85
제2부 기회를 잡다
운명의 여인
그녀가 서보 앞에 ․ 107
얼결의 프러포즈 ․ 111
번갯불에 콩 볶듯 ․ 118
가장으로서의 책임
준비되려면 너무 먼 당신 ․ 126
파리로 가다 ․ 133
창피한 옐로
일이 꼬이다 ․ 139
그래도 작업은 계속되고 ․ 145
제3부 나만의 것을 만들다
혈기지분
나를 위한 친구, 김창열 ․ 163
좌충우돌 깃발 경쟁 ․ 169
아내를 함부로 하지 마라 ․ 184
유일한 어른, 김환기 ․ 190
체념과 포기를 배우다
묵묵한 그대 덕에 ․ 197
나만의 작업을 찾아서 ․ 201
서로 필요했던 사람, 이우환 ․ 220
개천에서 들키다 ․ 226
모순 속 총화단결 ․ 234
시그니처를 작성하다 ․ 247
현대미술 운동을 하다
가족의 변화 ․ 263
박서보 사단 ․ 267
제4부 색을 발견하다
최루탄과 함성 속에서
한지를 만나다 ․ 279
홍대에 발이 묶여 ․ 292
사방으로 뻗는 힘 ․ 300
풍토성과 한국적인 것 ․ 310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313
사실은 형님이던 정창섭 ․ 319
정겨운 친구, 윤형근 ․ 326
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니
평생의 작업실 ․ 334
색을 구하다 ․ 342
에필로그
삶의 가치와 행복 ․ 355
온전함과 완벽함의 사이에서 ․ 358
눈물을 허락한 아버지 ․ 363
권태를 모르는 노동자 ․ 366
주 ․ 373
작품·사진 출처 및 소장처 ․ 37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첫 등록금을 받아 의기양양 서울에 올라간 재홍은 회현동에 사는 친척 아주머니 댁에 머물며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홍대 미술과는 용산구 효창동의 원효사에 있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요인 백범 김구가 국가 재건을 위해 인재를 양성하고자 건국실천원양성소를 설립했던 곳이다. 그가 암살되는 바람에 2년 만에 해체되고 홍익재단이 그 본부를 매입했다. 1949년 법학부, 문학부, 초급 대학부의 4년제 사립대학으로 인가를 받은 홍대는 조각가 윤효중이 문교부에 힘을 써서 문학부 내에 미술과를 설치하게 되었다. 당시 이화여자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를 제외하면 남자가 갈 수 있는 미술과는 서울대학교와 홍대 두 곳뿐이었다. 재홍은 1950년 홍대 문학부 미술과 2기 3명 중 1명으로 입학했다. 당시 이름을 날리던 청전 이상범과 고암 이응노 밑에서 그림을 배우는 것이 재홍은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걱정스런 녀석」
김일엽과의 문답은 오랫동안 서보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하지만 마음에 더 와닿았던 것은 당시 유행하던 실존주의 철학이었다. 친구에게서 카뮈의 책을 빌려 읽으면서 서보는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에 동일시했다. 아프리카 해변에서 엉뚱한 사람에게 방아쇠를 당기던 뫼르소의 등 뒤로 쏟아져내린 뜨거운 햇살이 자기 등에도 느껴지는 듯했다. 천천히 당기는 손가락을 자극하는 방아쇠의 저항도 제 것인 양 실감났다.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면 난해한 줄거리지만, 그 기분만큼은 알 것 같았다. 명동과 을지로의 술집이나 다방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대학생과 예술가에게 프랑스의 실존주의는 전쟁의 벼랑 끝에서 그들이 맞닥뜨렸던 ‘생존’의 문제를 건드렸고 ‘부조리’를 인식시켰다. 「수덕사에서 김일엽을 만나다」
그래도 파리에서 체류가 길어지니 순간순간 울적해질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센강가에 하염없이 앉아 아내와 아들을 생각했다. 숙소로 돌아오면 그 마음 그대로 종이에 센강의 풍경을 유화로 옮겼다. 그것을 본 리아가 너무 좋다고 감탄했다. 그런 그림만 그린다면 자기가 다 팔아줄 수 있다고 장담하며 서보에게 파리에 남으라고 했다. 가족도 파리로 데려올 수 있게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서보는 거절했다. 자신은 추상미술의 길을 걷기로 작정한 사람인데, 그런 구상 그림을 팔려고 그렸다는 것이 알려지면 두고두고 오명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작업은 계속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