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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59137169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13-02-07
책 소개
목차
제1장 제물
제2장 방관, 간접살인
제3장 절친
제4장 졸업
제5장 고백
제6장 이별
제7장 그 사람
리뷰
책속에서
왕따가 처음 시작된 것은 4월이었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선택되었다는 표현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 후지슌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다만 선택되었을 뿐이다. (……) 그들은 후지슌을 선택했다. 그들이 교실에서 기분 좋게 지내주면 우리도 한숨 돌릴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도 그들에게서 후지슌을 찾아오려고 하지 않았다. 녀석이 유서에 ‘제물이 되었다’고 쓴 것은 그런 이유이리라. (……) 후지슌은 없어졌다.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어젯밤 일곱 시까지만 해도 이 세계에 있었던 녀석이 지금은 어디에도 없다. (……) 물건이 하나도 없는 후지슌의 책상은 이미 ‘후지슌의 자리’가 아니었다. 꽃병을 치우면 다른 누군가의 책상과 바꾸어도 구별이 되지 않으리라. 그것이 견딜 수 없이 슬픈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다. - 〈1장 제물〉 중에서
후지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우리의 기나긴 여행의 시작이 되는 것이었다. 길고 괴로운 여행일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더구나 어디에 도착해야 좋을지 알 수 없잖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쓸쓸하게 웃었다. (……) “나이프의 말에서 가장 아플 때는 찔린 순간이야.” 그러나 십자가의 말은 다르다고 했다. “십자가의 말은 평생 등에 져야 하는 말이지. 그 말을 등에 진 채 계속 걸어가야 해. 아무리 무거워도 내려놓을 수 없고 발길을 멈출 수도 없어. 걷고 있는 한, 즉 살아 있는 한 계속 그 말을 등에 지고 있어야 하는 거야.” 어느 쪽이 더 낫냐고 묻지는 않았다. 물었다고 해도 대답할 수 없었으리라. 그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 대신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어느 쪽이야? 넌 나이프로 찔렸어? 아니면 십자가를 등에 졌어?” - 〈2장 방관, 간접살인〉 중에서
“절친인데…… 왜 배신했어?”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다음 순간, 겐스케가 스윽 눈길을 피했다. “그건 살인이나 마찬가지야.” 겐스케는 그 말을 남기고 계단을 올라갔다. 현관에 남겨진 나는 겐스케를 불러 세울 수도 없어서, 그 애의 모습이 사라진 후에도 멍하니 계단을 올려보았다. 겐스케가 토해낸 말의 가시는 귀로 들어온 순간보다 오히려 귀를 빠져나가 가슴으로 들어가고 나서 깊숙이 박혔다. (……) “잘은 모르지만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거나 쓰는 건 그 사람과 이어지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 순간에 외톨이로 있고 싶지 않았다든지…….” “그건…….” 곤란해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 “오늘 알았겠지? 너와 사유 짱은 선택되었다는 걸.” 후지슌에게, 그리고 아주머니와 그 사람에게. “슌스케는 사유 짱을 좋아했고, 너도 좋아했어.” - 〈3장 절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