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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9139767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1 아담의 폭력, 카인의 폭력
2 인간은 신이 아니다
3 바벨탑의 시민들
4 땅의 절망, 하늘의 히망
제2부
5 암살자의 시간
6 부정한 모의
7 에리직톤을 위한 변명
8 이곳에 살기 위하여1
9 인간의 이름으로
10 이곳에 살기 위하여2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인간의 일방적인 절교 선언에 의해 인간이 하나님과 분리됩니다. 자연이 인간과 분리되고 인간이 인간과 분리됩니다. 나는 이 사건을 그들의 삶을 위해 모든 조건을 부여해준 신을 향한 ‘인간의 폭력’이라고 부릅니다. 네, 실로 「창세기」야말로 시작의 책입니다. 천지의 시작, 역사의 시작, 인간의 시작, 그리고 죄의 시작, 반항의 시작, 살인의 시작, 폭력의 시작……. 이 사건의 결과로 인간에게 주어진, 혹은 인간이 얻어낸 선악에 대한 지식은 죽음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하나의 형벌입니다. 나치에 의해 교수형을 당한 한 젊은 독일 신학자의 표현대로 하면, 이 죽음은 이제 생명을 은사가 아니라 계율로 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삶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감당해야 하는 것이 됩니다. 노동해야 하고 아파야 하고 미워해야 하고 싸워야 하고 죽어야 합니다. 신은 은혜 베풀기를 좋아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신의 은혜는 관계 안에 있습니다. 관계 안에 있을 때 한없이 자비롭지만 관계 밖으로 나가면 다른 쪽 얼굴을 보여줍니다.
그는 버리고 왔던 발아래 도시에 눈을 주었다. 자잘한 불꽃들이 웅성거리며 피어나는 그곳의 풍경은 흡사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그 불빛들은 저희들끼리 무슨 말들인가를 유쾌하게 주고받기도 하고 왕래하기도 했는데, 이제까지와는 달리 그 모습이 왜 그런지 정답고 포근해 보였다. 그는 알 수 없는 불안에 사로잡혀 몸을 움츠렸다. 저 아래 세상이 저래선 안 되는 거였다. 그는 저들을 지배하기 위해 이 추크슈피체에 올라왔다. 그런데…… 그들을 지배하기 위해 올라선 정상에서 오히려 그들에 의해 소외되어 있는 자신을 느꼈다. 저들은 저곳에 저희들끼리 건재하고 자기는 혼자 버려진 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돋기 시작하는 소름에 몸을 떨어야 했다.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하나님을 ‘정의’라는 스펙트럼을 통해서만 바라볼 때 도달할 수 있는 하나의 지점일 뿐이다. 인간의 정의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하나님의 자유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뜻을 통해 통치하신다. 하나님을 제한하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하나님이 개입할 여지를 상정하지 않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어떤 형태의 인간적인 방법과 기획도 신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