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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6161
· 쪽수 : 536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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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마법사가 앞뒤로 둘이라니, 끔찍한 일이군.'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제이는 마법사가 싫었다. 아이린과 함께 회색 로브의 마법사를 상대로 한밤중에 싸움을 벌인 후에는 더욱 싫어졌다. 이런 식으로 본의 아니게 눈을 마주치게 되는 것도 질색이었다. 제이는 노골적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할 말이 있으면 그런 식으로 눈치를 보지 마십시오."
타냐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마법사라 그런가? 눈치가 빠르군!'
제이는 앞만 보며 쏘아붙이듯 말했다.
"할 말 없어. 눈치 보는 거 아니고."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제이메르?"
"묻지 마."
"카셀과 제이메르, 두 사람은 완전히 성격이 다르고 하는 행동도 말도 다른데,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사귄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겁니까? 정말로 두 사람이 만난 지 일주일도 안 된 사이입니까?"
"묻지 말라고 했는데도 물을 거면, 뭐 하러 물어봐도 되겠냐고 묻는 거야?"
"예의상 하는 말이죠."
"예의 따위는……!"
제이는 쏘아붙이려다 말을 바꿨다.
"……중요하지."
"다른 의도가 있는 질문은 아닙니다. 진짜로 궁금해서 물었을 뿐."
시커먼 얼굴 좌우에 박힌 사람 머리만 한 붉은 눈동자가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지금까지 맹수를 보고 두려움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제이조차 단번에 다리가 굳었다. 냉정함을 잃은 적 없는 타냐도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물러서요!"
타냐가 소리쳤다.
허연 이빨이 이중으로 나 있는 입안에서 뜨거운 것이 밀려 나왔다. 처음에는 불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빛을 집어삼키는 어둠의 덩어리였다. 제이는 왼쪽으로 몸을 날렸고 괴물의 입에서 터져 나온 뜨거운 기운은 제이를 지나쳐 뒤에서 폭발했다.
터진 자리를 중심으로 주위의 나무들이 뿌리째 뒤로 밀려났고 제이도 공중으로 나가떨어졌다. 타냐의 푸른빛도 어둠에 먹혀 사라졌다.
제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처박혀 바닥을 뒹굴었다. 날카로운 잔가지가 그의 얼굴을 베고 지나갔고 뜨거운 바람과 차가운 흙이 등을 덮었다.
제이는 숨도 쉬지 못하고 엎어져 있었다.
한순간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갑자기 조용해진 게 아니었다.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의 폭음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귀청이 마비된 것이었다. 제이는 멍한 얼굴로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다 도로 주저앉았다. 망치로 관절 하나하나 꼼꼼하게 두들겨 패 놓은 것처럼 온몸이 뻐근했다. 사지가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