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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6215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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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식탁의 끝에 앉은 칸 백작이 게랄드에게 말했다.
"내 긴히 부탁 하나 함세."
게랄드는 용병의 본능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이건 분명히 싫은 부탁이다!'
게랄드는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백작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닐세."
게랄드는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거절했다.
"싫습니다."
"응?"
"싫다고요."
"난 아직 임무에 대해 말 안 했네만."
칸 백작이 당황하며 말했다.
게랄드는 와인잔을 들고 백작을 실눈으로 노려보며 물었다.
"경호 업무죠?"
"응? 그걸 어찌 알았나?"
"백작께는 따로 전직 왕실 기사단 출신의 호위 기사가 있으니 본인이 아니라, '백작께서 알고 계시는 다른 사람' 경호죠?"
"자네, 원래 이렇게 영특했나?"
"안 합니다."
"이렇게 부탁하는데도?"
"부탁하는 자세도 아니구만요, 뭘. 그리고 전 할 일이 있는 몸입니다."
패트리샤는 열일곱 살 나이에, 귀족의 기준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숙녀였다.
얼굴은 햇빛 한 줄기 받아 본 적 없는 것처럼 뽀얗고, 팔다리는 가늘고, 갈색 머리카락은 비단결처럼 찰랑거리고 반짝였다. 입고 있는 하얀 드레스는 언뜻 수수해 보였지만 비싼 게 분명했다. 반지와 목걸이, 귀걸이도 하나씩 하고 있었는데, 드레스의 수수함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화려했다.
그 순백의 미와 무표정한 얼굴은 마치 게랄드에게 이렇게 선언하는 것 같았다.
'나랑 동급의 귀족 남자가 아니라면 내 몸에 손끝 하나 댈 수 없음!'
게랄드는 그녀가 내뱉은 가상의 말에, 가상으로 대꾸했다.
'아우, 재수 없어.'
삼십 분 전, 게랄드는 차라리 와인값 백 골드를 물고 이 일을 맡지 않는 게 좋았을 텐데 벽을 치며 후회했다.
그러다 벽에 금이 갔다.
그래서 다른 곳에 걸려 있는 초상화를 몰래 걸어 놓았다.
그걸 집사에게 들켰다.
집사는 벽 수리비를 청구했다.
백작이 괜찮다며 용서했다.
이제 게랄드는 이 호위 임무에서 빼도 박도 못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