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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6598
· 쪽수 : 1400쪽
· 출판일 : 2018-07-17
책 소개
목차
하얀 늑대들 1
하얀 늑대들 2
하얀 늑대들 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뭣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되었더라?'
카셀은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편히 누워 있어 본 지가 얼마만인지 새삼스럽게 떠올려보았다. 아마도 고향을 떠난 후 처음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최근 한 달간은 낫으로 풀을 베거나 군량을 짊어지고 이동한 기억밖에 없었다.
사흘 전에 창술 훈련 끝난 다음에 누웠던가? 아니, 그다음 바로 이동 시간이 됐다고 해서 군장을 챙겼다.
이틀 치 이동 거리를 하루 만에 강행했으니 수고했다고 휴식 시간을 줄 때 잤던가? 아니, 바로 야식 만들라고 불려 나갔다.
대기조에 껴서 선잠을 잔 건 제외했다. 그건 누운 게 아니니까.
마침내 카셀은 나흘 전에 밀 포대 옆에서 쭈그리고 잤던 순간을 기억해냈다. 그것 때문에 뒈지게 얻어터지긴 했지만 어쨌거나 누워서 자긴 했다. 즉, 나흘 만에 누운 셈이었다.
오늘 아침,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게 전투가 벌어졌다. 카셀은 그게 적의 기습인지, 아니면 아군의 계획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지휘관이 전진하라고 할 때 전진하고 후퇴하라고 할 때 후퇴한 게 전부였다. 창을 들고 우우 소리를 내며 휩쓸려 다니긴 했는데, 적이 누군지도 몰랐다.
카셀은 창 한 번 찔러보지 못하고 적병에게 떠밀려 쓰러졌다. 카셀보다 어린 소년 병사였는데, 목에서 피를 콸콸 쏟으며 숨을 헐떡이다가 카셀의 몸 위에서 죽었다.
'그게 나였을 수도 있었어.'
카셀은 그렇게 시체에 깔린 채로 누워 있었다. 바로 옆에서 비명과 고함 소리가 요란한 와중에도 꼼짝하지 않았다. 반나절 후 전투의 소음이 사라진 후에야 눈을 뜨긴 했지만, 그렇다고 일어나진 않았다.
어디선가 수십 마리의 말들이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셀은 얼른 눈을 감고, 말발굽 소리가 멀어지길 기다리며 생각했다.
'애초에 이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 했어. 고향에서 얌전히 아버지 따라 밀농사나 짓는 거였는데.'
- 1권
"당신이 아무리 죽음을 되살리는 마법을 쓴다 해도, 영원히 되살아나는 시체들을 조종한다 해도……."
두려움 없는 카셀의 눈빛과 검은 연기를 흘리는 뤼미에르의 눈빛이 서로 부딪쳤다. 카셀은 뿌득 하고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입을 다물었다가 떼며 말했다.
"……하얀 늑대들의 이빨을 보고 살아남을 수 있는 건 하얀 늑대뿐이다, 뤼미에르."
검은 기사는 카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아직도 허세에 거짓말뿐이구나, 카셀 노이. 루우룬의 농부에 불과한 네 놈이 무슨 하얀 늑대의 이빨이냐? 네 모든 게 가짜다!"
"한땐 농부였고, 한땐 가짜였지만 더는 아니다. 한땐 거짓말로 날 가렸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도 없다."
카셀의 목소리는 검은 기사의 음산한 목소리를 집어삼켰다.
"나는 하얀 늑대들의 캡틴, 카셀 울프다!"
- 3권